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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 (일)

나토+IP4 제도화···한국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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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견제용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인도태평양까지 넓어져

워싱턴 공동성명에서 “북러 협력 중대한 전환점” 동맹결속 다져

한국 몸값 높아지고 방산·정보 협력 늘어날 것으로 관측

이번 회의에서도 '트럼프 리스크'는 여전···참가국 트럼프 측근 만나기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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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십(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의 존재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나토의 지원이 힘에 부치는데다 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의 군사동맹 복원인 신(新) 북러조약을 맺으며 유럽과 아시아가 안보 전선에서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게다가 나토 체제에 불신이 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IP4의 몸값을 올린다.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나토의 인도 태평양 끌어안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등 인·태 4개국 정상과 만났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IP4 외교장관들이 연내 5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데 있어 환영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앞서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역시 미국이 한국 등 IP4와의 협력을 제도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IP4 제도화가 이뤄지면 나토와 IP4와의 밀착도 더욱더 강화할 전망이다. 사실상 두개의 동맹이 통합 수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IP4 정상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나토+IP4 체제’가 정례화된 셈인데 IP4의 제도화로 나토의 범위가 북대서양에서 인도태평양까지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나토와 IP4라는 동맹을 엮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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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IP4 밀착 배경에는 북러 밀착이 있다. 나토 75주년 워싱턴 선언에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경계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 나토 정상들은 10일(현지시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대러시아) 포탄과 탄도미사일 수출을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심화를 큰 우려를 하고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북한과 이란이 탄약과 무인기(UAV) 등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가 “유럽·대서양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한다”고 규탄했다.

‘나토+IP4’의 우선 협력 분야는 방산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은 “나토와 IP4 간 협력의 유용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상황에서 사이버, 방산 등의 분야에서 IP4 협력을 제도화”하는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높은 수준의 한국 무기가 유럽 등 수요가 급한 국가에 제공되면서 자연스럽게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까지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앞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합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나토와 IP4의 협력에 크게 반발했다. 주 EU 중국 대표단은 11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려 “나토의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은 냉전적 사고방식과 호전적 언사로 가득하고 중국 관련 내용은 도발·거짓말·선동·먹칠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는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이미 나토에 엄정한 교섭을 제출(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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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 이후 대러시아 전선 선봉에 선 韓...이번 회의에서도 주목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가 신냉전의 최전선이 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정상회담에서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이 부활한 신 북러조약이 체결되며 한국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까지 언급하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안보 지원과 관련해 지뢰 탐지기 같은 비살상 무기만 우크라이나에 보냈지만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살상무기까지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한국과 나토 사이의 군사정보 공유도 강화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나토와 바이시스(BICES)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올해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승인을 받았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13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번에 우리는 북한 무기에 관한 제원을 나토에 제공하고, 나토 측은 그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쓰였을 때 실제로 어떤 결과가 있는지 분석한 결과를 우리에게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많이 주면 줄수록 우리는 북한 무기에 관해 점점 더 잘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표적 한국 전문가로 꼽히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 역시 아리랑TV와 대담에서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한국이 유럽 열강들로부터 새로운 존경과 관심을 얻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나토의 협력이 일정 선을 넘지 않는 이상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나토와의 협력 강화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러시아에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쓰는 셈”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기존의 한미일 3국 동맹에 더해 IP4와 나토까지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지금 발신하는 메시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아태 국가들과 함께 북러 문제 관련 협의과정을 제도화한다는 점은 이익이 되지만 여기에 군사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한국의 상황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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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트럼프 리스크...나토 회원국 관리들이 트럼프 측근 만나기도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다. 유럽 주요국에 몰아친 극우 열풍도 꺼림직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나토와의 정보 공유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나토는 그간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했다고 한다. 손익 중심적 시각으로 동맹을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나토를 향해서도 빈번히 불만을 표출해 왔다. 방위비 분담 문제를 빌미로 나토 탈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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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나토 회원국들은 회의장 밖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을 만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럽 안보 구상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 회원국 관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고문인 키스 켈로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장, 존 볼턴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을 만났다.

이중 그레넬 전 대사는 흐리스티얀 미츠코스키 북마케도니아 총리와 지난 7일 만찬을 하고, 그다음 날에는 튀르키예 고위 관리들과 조찬을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우리가 트럼프 사람들을 만나는지 모두가 계속 묻는데 대답은 물론”이라며 수년간 그래왔지만 나토 정상회의가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린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친러시아 성향으로 다른 나토 동맹국들과 마찰을 빚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 폐막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인 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나기도 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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