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질량 블랙홀’ 존재 규명
獨 연구팀, 20년간 별 7개 추적 관측… 별 속도가 성단 탈출속도보다 빨라
중간질량 블랙홀의 영향으로 분석
‘태양의 8200배’ 질량은 처음 발견… 몸집 커지면 초거대 블랙홀로 진화
허블망원경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토대로 추측한 중간질량 블랙홀의 위치. ESA·허블·NA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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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별의 속도를 분석해 블랙홀 진화론에서 ‘잃어버린 고리’로 불리는 ‘중간질량 블랙홀’이 우리 은하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 연구팀은 허블망원경으로 20년간 우리 은하 주변을 떠도는 구상성단 중 하나인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 중심부에서 별 7개를 추적 관측해 이들의 속도를 재고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에 중간질량의 블랙홀이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 1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구에서 1만5000광년 떨어진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은 태양보다 오래된 약 1000만 개의 별로 가득차 있다.
블랙홀은 질량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대형 은하 중심에 있는 태양 질량 수십만∼수십억 배의 ‘초거대질량 블랙홀’과 대형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중력 붕괴를 일으키며 만들어지는 ‘별질량 블랙홀’, 그 사이에 있는 중간질량 블랙홀이다. 천문학자들은 초거대질량 블랙홀은 별질량 블랙홀이 중간질량 블랙홀 단계를 거쳐 진화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 중간질량 블랙홀이 블랙홀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 실마리라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 오메가 센타우리 성단에 있는 별 7개의 속도가 성단의 탈출 속도 이상으로 빠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중심에 중간질량 블랙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진호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이론물리센터장은 “별 3개 이상이 서로 중력적 상호작용을 하며 한 개의 쌍성이 생길 때 나머지 별이 성단 탈출 속도 이상으로 튕겨나가기도 하는데 연구팀은 쌍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별의 속도를 계산해 이 중간질량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8200배라고 분석했다. 이성호 천문연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구상성단, 은하의 중심처럼 많은 별이 밀집한 곳에 중력이 매우 강한 블랙홀이 있으면 별이 블랙홀 주변을 지나면서 가속돼 궤도 운동 속도가 매우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계에서 길쭉한 타원형 궤도를 가진 혜성들이 태양에서 먼 쪽에 있을 때는 공전 속도가 느리지만 태양에 근접해서는 매우 빠르게 돌아나가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그는 또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는 별의 궤도와 속도를 알아내면 블랙홀의 중력과 질량을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간질량 블랙홀은 주로 중력파 관측을 통해 존재가 입증됐다. 중력파는 블랙홀 2개가 합치거나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충돌할 때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파동이다. 별의 속도를 분석하면 중력파보다 훨씬 높은 질량의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중력파를 이용하면 대부분 태양 질량 100배 정도의 중간질량 블랙홀을 관측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중력파로 독일 연구팀이 발견한 블랙홀처럼 태양 질량의 1000배 이상 블랙홀은 발견된 적이 없다.
이 책임연구원은 “별의 속도를 이용하는 방법은 별들의 궤도를 알 수 있을 때까지 수십년간 추적 관찰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라면서 “중력파 관측과 함께 다양한 질량의 블랙홀을 찾으며 앞으로 우리는 블랙홀이 더 큰 질량으로 성장, 진화하는 과정을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질량 블랙홀 |
질량이 태양의 150∼10만 배 규모인 블랙홀을 가리킨다. 천문학자들은 초거대질량 블랙홀은 별질량 블랙홀이 중간질량 블랙홀 단계를 거쳐 진화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 중간질량 블랙홀이 블랙홀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지금까지 후보만 몇 개 발견됐을 뿐 아직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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