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시도 후폭풍]
민주당 인사 “사격 레슨 제대로”… 공화 의원 “바이든이 암살 원인”
정치권, 상대 비방하며 혐오 악용… “총기-인터넷 문화가 현상황 불러”
“폭력-혐오 끝내자”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광장에서 시민운동가들이 ‘국가를 치유하자’ ‘폭력과 혐오를 종식시키기 위해 기도하자’는 등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하루 전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미 전역에서는 극단적인 정치 분열, 혐오 조장 정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거세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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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을 통합하기 위한 새 연설을 준비 중이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계기로 두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통합’을 외쳤다. 특히 막말과 편 가르기로 유명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통합을 원한다(I want to try to unite our country)”며 평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과 공화당 또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잠시 중단했다.
하지만 양측이 물밑에서는 더 격렬하게 서로에 대한 비방을 쏟아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전대미문의 정치 공격, 이에 따른 국민의 분노와 혐오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암살 시도 후 이미 적대감으로 가득 찬 나라(미국)가 더 분열됐다”며 “분노, 괴로움, 의심, 비난의 공기가 가득 차 있다”고 평했다.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거친 표현을 통해 비난하는 이른바 ‘혐오 정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 앞에선 “통합” vs 뒤에선 “분열”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앞장서서 혐오 정치를 선동하고 있다.
베니 톰슨 민주당 하원의원(미시시피)의 보좌관은 13일 페이스북에 “나는 폭력을 용납하지 않지만 다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사격 레슨을 받아 달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에 제대로 맞지 않은 걸 아쉬워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논란이 거세지자 톰슨 의원은 해당 보좌관을 해고했다.
마이크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 또한 소셜미디어에 “바이든이 (암살) 명령을 내렸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폈다.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 또한 “바이든 대선 캠페인의 핵심 전제는 트럼프가 파시스트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측이 테러 배후에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은 인지 기능 저하설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안 후보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특별 광고도 공개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관장한다는 점을 들어 ‘바이든이 어떻게 이렇게 국경을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면 (불법 이민에) 도움을 준 사람을 기억하세요’라는 슬로건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 특유의 웃음 소리를 반복적으로 섞어 희화화했다.
● 대법관, 의원 대상 폭력도 난무
이처럼 정치권에 만연한 막말과 선동은 실제 다수의 정치폭력 사건으로 이어졌다. 개브리엘 기퍼즈 전 민주당 하원의원(애리조나)은 2011년 총기 난사로 중상을 입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의원(루이지애나)은 2017년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지지자가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2020년 일부 극우단체 회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충실히 따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에게 반감을 표하며 그를 납치하려 했다.
2022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집 밖에서 체포된 무장 남성은 “임신 중절과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대법관을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같은 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집에 침입한 남성은 펠로시 전 의장의 남편 폴을 망치로 구타했다. 2021년 1월 6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다. 모두 상대 정파에 대한 적개심이 낳은 사건이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정치 폭력은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이 직면한 현실”이라며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 등을 향한 위협이 만연했다고 우려했다. NYT는 “반정부적 분노, 허위 정보, 문화적 양극화, 총기, 급진화된 인터넷 문화가 모두 현재의 상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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