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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8 (수)

"기존 R&D, 축구 감독이 경기 뛰는 꼴"…KIST, '임무중심 연구'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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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록 KIST 원장 기자간담회…PM이 이끄는 임무중심 연구 강조

논문·특허 등 단순 성과 넘어 실생활·산업에 기여하는 연구 추진

임무중심 연구소, 성능 1000배 반도체·실종자 수색 로봇 등 개발

뉴시스

[서울=뉴시스]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KIST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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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축구 경기만 해도 제대로 된 감독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R&D(연구개발) 체제는 감독이 선수 역할까지 하는 형태였습니다. 이제 PM(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진짜 감독으로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KIST의 R&D 체제를 '임무중심 연구소' 중심으로 전환해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무중심 연구소 이끄는 PM이 연구과제 설정부터 실제 사업화까지 全 주기 전담 지휘


오 원장은 KIST의 임무는 KIST가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구 목표를 우수 논문 게재나 특허 출원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국가·사회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오 원장은 그간 KIST를 비롯한 출연연구기관의 R&D가 과제 성공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방향에만 치중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중장기 전략이나 대규모 연구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한계 극복을 위해 임무중심 연구소를 이끄는 PM들이 R&D 임무 설정부터 연구팀 구성, 예산 배분, 관리, 연구성과에 실제 사업화까지 전주기를 이끄는 감독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 운영되던 PM 제도에서는 PM이 개인 연구와 전체 관리를 모두 해야 했다. 축구 감독이 필요할 때는 직접 필드 위에서 경기를 뛰어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체제에서는 PM에게 각 임무중심 연구소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을 지휘하는 역할만 맡겨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PM이 이끄는 임무중심 연구소는 기술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등과 함께 새로운 기술이 실제 산업·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실증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PM에게 가능한 최대의 권한을 부여하고자 한다"며 "KIST에도 선수로 뛸 수 있는, 좋은 논문·특허를 내는 연구자들은 많았지만 이들을 총괄할 전략적 역량이 부족했다. 이제 PM이 이런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국민들에게 연구 성과를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ST, 3개 임무중심 연구소 우선 출범…성능 1000배 반도체, 폭발물 처리 휴머노이드 등 만든다

뉴시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PM이 진두지휘하는 차세대 반도체, AI·로봇, 청정수소융합 분야 임무중심 연구소를 1일 출범하고, 국민들이 실생활에 체감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가 구현한 실종자 수색 로봇 상상도. (사진=챗GPT)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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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목표 실현을 위해 KIST는 지난 1일부터 3개의 임무중심 연구소를 신설했다. 이들 연구소는 차세대 반도체, AI(인공지능)·로봇, 청정수소융합이라는 3개 연구 분야를 각각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들 연구소는 단순한 연구 성과 만이 아니라 실제 기업 현장이나 일상에 이식할 수 있는 과제 목표를 설정했다. 각 연구소에서는 20~30명(2개 분과로 나뉘는 반도체 연구소는 2배)의 연구원들이 수십억원 규모의 중장기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소는 반도체와 양자라는 2가지 분야 연구를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 반도체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연산능력은 1000배, 전력 효율은 100분의 1 수준으로 뛰어난 새로운 방식의 초거대 연산반도체(RPU·로봇 프로세싱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현재 국내업계 점유율이 3% 수준에 그치는 세계 시스템 반도체 산업구조 재편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양자 부문 또한 광기반 양자프로세서(QPU) 및 분산형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해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양자 부문 연구는 2029년까지 원천기술 확보-소자·시스템 적용-상용화 기반 마련이라는 3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 전부를 PM이 관리 감독하게 된다.

청정수소융합 연구소는 경제성이 높은 수소경제 구현을 위해 고효율 의수소 생산 및 저장·융합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2033년까지 실환경 적용에 나서 수소 해외 도입비를 1조3000억원 가량 줄이고, 청정수소 자급률 목표치(2030년 34%·2050년 60%)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다.

AI·로봇 연구소는 국민 체감도가 보다 높은 AI·로봇 기반 사회 안전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AI 기반 로봇이 연평균 1만4000여건에 달하는 치매환자 실종을 예방하고, 실종자 발생 시 이동 동선을 실시간 수준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연 3000회에 달하는 폭발물 처리 업무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해 사람의 위험노출을 3분의 1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오 원장은 "3개의 임무중심 연구소는 아직 작은 출발에 불과하지만 수년 뒤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연구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KSIT는 논문이나 특허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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