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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9 (목)

가정폭력 참고 산 아내, 새 인연 찾았다면…유책배우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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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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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살아오다 새 인연을 만나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 아내는 유책배우자가 될까? 그렇다면 이혼 청구도, 재산분할과 양육권 주장도 할 수 없을까?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15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전해졌다.

사연자 A씨는 10년 전 친구의 소개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던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A씨는 “착한 게 좋아 결혼을 결심했는데, 남편은 남들 앞에서만 좋은 사람이었다”며 “술을 자주 마셨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고 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취했을 때만 폭언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일이 자신의 뜻대로 안되면 아이처럼 성질을 부렸다고 한다.

남편의 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다. 그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A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손찌검을 한 것이다. A씨는 “심지어 제가 아기를 안고 있을 때도 저를 때렸다”며 “매일 남편의 폭력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아이 때문에 쉽게 이혼을 결심하지는 못했다. 죽지 못해 사는 날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 사람에게 위로받으면서 희망을 얻게 됐고, 이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A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남편은 “바람을 피웠으니 이혼 청구도 할 수 없고, 재산분할과 양육권도 주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씨는 “10년간 견뎌온 폭력과 폭언에 대한 배상은커녕 이혼도 어렵고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법적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이명인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A씨의 경우 폭언, 폭행을 일삼은 남편과의 유책성을 비교를 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책임이 무겁지 않거나 쌍방 책임이 대등하다 하면 이혼 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민법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유책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유책배우자는 혼인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상대방도 혼인 파탄 이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불응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 상대방이 반소로 이혼청구를 하는 경우 ▲부부 쌍방의 책임이 동등하거나 경중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혼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련 없이 부부 일방이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며 “유책 배우자라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양육권에 대해서도 “유책배우자가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다면, 친권 및 양육권자로 충분히 지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혼인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자녀의 양육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를 따질 때 혼인 파탄에 유책이 있는지 여부보다 자녀와 부모간 애착관계, 자녀의 의사, 주양육자, 앞으로의 양육 환경, 재산상황 등을 고려한다.

이 변호사는 “폭언, 폭력에 대한 증거는 이혼 소송시 제출할 수 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폭행이나 폭언을 당하셨을 당시에 바로 경찰에 신고 후 바로 기록을 남겨놓는 것이 좋다”며 “즉시 신고가 어렵다면, 폭행 당시의 사진, 동영상, 당시 당사자 간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파일, 이후 병원 진료 등을 받은 진료기록, 진단서 등을 남겨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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