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한인유권자단체 김동석 대표 현지 인터뷰
“일사불란…8년 전 전당대회 때와 분위기 180도 달라”
“밴스 지명, 선거 좌우할 경합주 표심 노린 것”
“밴스는 ‘MAGA 후계자’”
김동석(66)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11월 미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17일 본지 인터뷰를 갖고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도전했던 2016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이번 대선을 통해 트럼프와 그들의 진영이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했다. 미 최대 한인자유권단체 KAGC를 이끄는 김 대표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당시 어느 누구도 한인을 대변해주지 않는 현실을 목격한 뒤 미 한인을 대상으로 30년간 유권자 운동을 해왔다. 2000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민주·공화당의 경선 현장 곳곳을 돌면서 선거 판세를 읽고 후보 및 캠프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왔다. 전당대회 첫 날부터 밀워키를 찾은 김 대표에게 선거 판세 및 향후 전망을 물었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이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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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분위기는.
“전당대회 현장을 보면 그 당이 집권한 뒤의 모습이 어떨 지를 그릴 수 있게 된다. 당의 강령과 정책을 보고 전당대회 무대에 오르는 인사들의 면면과 발언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우선 이번 전당대회는 ‘변수’가 없다는 점이다. 철저히 트럼프를 중심으로 모이는 당 대회다. 그야말로 공화당이 8년만에 트럼프 당으로 변모했다. 일사불란하게 트럼프와 그의 진영이 하자는 데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이 기존 레이건식 보수주의가 아닌 트럼프 식 ‘MAGA’를 신봉하는 세력을 주축으로 변모했다. 트럼프식 정치가 공화당을 공식 접수한 셈이다.
트럼프가 처음 정치판에 나타났던 지난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때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 공화당 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 다수를 확보해 놓고도 ‘후보 교체론’ 때문에 한동안 힘들어했다. 공화당 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반(反)트럼프 운동이 대의원으로 확산되면서 폴 라이언 당시 하원의장 등 ‘안정된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을 잠재우느라 골치가 아팠었다.
이번엔 전혀 그런 움직임도, 긴장도 없다. 트럼프가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놀라운 건 공화당 전체가 트럼프 개인에 대한 호감·지지를 넘어 트럼프란 후보를 통해 재집권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장 주변에서 열리는 각종 정책 간담회 등을 참석해보면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들이 정말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었다. 공화당 내부에서 알력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 몇 년간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 2일 차인 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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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승리로 기우는 것인가.
“전당대회장에서 등장한 그를 보면서 지지자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전사”를 바라보듯 환호했다. 당의 결집이 이보다 더 단단하긴 힘들 것이다. 다만 대선의 승리는 경합주에서 결정된다.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얼마나 공고한 지지를 받느냐는 문제와 별도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전 대통령이냐 하는 건 아직 3개월 여가 남았다. 미 대선에서 3개월은 3년에 가깝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이어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친 뒤 또 9~10월 두 달 동안 후보 경쟁 레이스가 벌어진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그 기간 동안 경합주의 추이를 계속 봐야 한다.”
-바이든은 더욱 수세에 몰리고 있다. 상황 반전 카드가 있나.
“트럼프로서는 너무나도 완벽한 시나리오다. 총을 맞고 이틀 만에 멀쩡하게 등장 한 데 이어 내일엔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한다. 역대 전당대회 중 이렇게 큰 ‘컨벤션 효과’가 기대된 적은 없었다. 바이든이 이를 막는 유일한 카드가 있다. 트럼프가 수락 연설을 하는 당일 바이든이 자진 사퇴를 하면서 ‘8월 전당대회때 대의원들이 나를 대신 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달라. 내가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그 뜻은 바이든이 계속 뛸 경우 선거 전날까지 ‘노령’ ‘인지력 저하’ 등으로 인한 교체론에 시달릴 것이란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창립 115주년 총회에서 연설 도중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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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 상황은 어떤가?
“원래 경합주 6곳(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주) 중에서도 남부 지역(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쪽은 바이든에겐 역부족이다. 그럼 남은 곳은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제조업 중심 지역) 지역이다. 트럼프가 이 곳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다가 성매매 입막음 추문 이후 그의 지지가 빠졌다. 그러다가 다시 지난달 바이든의 TV토론 참패 이후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
결국 승패는 러스트 벨트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이 곳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이다. 원래 이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였다. 그러나 이 지역이 급속도로 몰락하고 이들의 좌절을 트럼프가 대표하는 MAGA 진영이 보듬으면서 러스트벨트 지역의 백인 노동자들이 공화당 쪽으로 표심(票心)을 급속도로 옮기고 있다. 광범위한 러스트벨트 지역의 지지기반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통째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움직임이 이번 대선을 결정지을 수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16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2일차에 참석해 J.D. 밴스(오른쪽) 부통령 후보와 이야기하고 있다. /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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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러스트벨트 출신 JD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것도 그런 맥락인가.
“그렇다. 트럼프는 정치인이 아닌 운동가로 봐야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노동자가 잘 살게 하겠다는 일종의 ‘대중 운동’이다. 그런 트럼프의 운동가 기질을 가장 빼닮은 사람이 밴스다. MAGA 운동의 ‘상속자’로 상정하고 트럼프가 후계자를 지명한 듯 하다. 오하이오주의 철강 노동자 집안 출신의 밴스가 얼마나 내세우기 좋은 인물인가. 더군다나 밴스는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 서약을 한 인물이다. 밴스는 트럼프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월스트리트 등 우파 언론들도 밴스 지명을 두고 “중도층 외연 확장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혹평하는데.
“트럼프의 입장은 분명하다. 전국에 분포된 중도층을 잡겠다는 게 아니라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에서의 부동층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경합주에서도 가장 치열한 곳이 러스트벨트 지역이다. 이 곳의 노동자들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미 전국 개념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보통 언론들이 ‘중도층’이라고 하면 소수 인종, 젊은 층 등 다양한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소수 인종이나 특정 연령층이 상·하원 지역구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건 맞다. 그러나 지금은 대선이다. 대선에선 정해져 있는 특정 지역구를 따져야 한다. 철저히 트럼프 캠프가 숫자 분석을 통해 밴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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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는 별개지만, 워싱턴 정가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 연구원 기소로 시끄럽다. 어떻게 보나.
“누누히 이야기 했던 이야기다. 한국 정부는 그간 특정 정책이나 진영 논리 강화를 위해 동포들에게 접근해왔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는 게 이번 기소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은 동포들이 건강한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그런 한국계 시민들이 많아질수록 장기적으로 한국에 도움이 된다. 단기적인 관점으로 이런 저런 방향으로 동포들을 ‘조종’해서는 절대 안된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동포 활동가들이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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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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