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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尹 탄핵청원, 곽상언 사퇴 압박…친명도 통제 못하는 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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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마을'에 지난달 23일 공지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 청원. 해당 게시글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투표 완료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재명이네마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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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 20만여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에 올라온 공지글의 일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 첨부된 이 글에는 순식간에 “참여완료” 등의 댓글이 430개 넘게 달렸다. 지난달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제기된 해당 청원은 6일 만에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넘겼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도 과도하다는 신중론이 있었지만,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는 해당 청원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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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박상용 검사 탄핵안 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 표결 결과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기권표(빨간색)를 던진 모습. 연합뉴스TV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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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하는 안건에 기권표를 던진 직후 당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와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곽 의원을 징계해달라”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곽 의원이 5일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해명 입장문에도 “원내부대표를 사퇴하라”, “탈당하라”는 댓글이 3600개 이상 달렸다. 당시 지도부에선 “징계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곽 의원은 박찬대 원내대표와 면담 뒤 10일 원내부대표직을 사퇴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당원이 당 지도부 결정을 이끄는 사례가 빈번하다. 권리당원이 온라인 상에서 의견을 표출하면 당 지도부가 이를 그대로 받는 형식이다. “당원이 거대한 인공지능처럼 당을 주도하고 있다”(당 지도부 관계자)는 긍정론도 있지만 “강성 기류에 정당 민주주의가 질식당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은 약 250만명인데, 이중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당원은 124만명에 달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대폭 늘어났다. 특히 22대 총선 과정에서 ‘비명횡사’를 주도하고, 총선 압승을 거치면서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역시 당내 ‘당원주권국’을 신설하고 전당대회 룰에 권리당원의 비중을 확대했다. 10일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도 “민주당을 당원중심 대중적 민주정당으로 더 확실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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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예비경선에서 13명 후보 중 8명의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왼쪽부터 전현희, 한준호, 강선우, 정봉주, 김민석, 민형배, 김병주, 이언주 의원. (공동취재) 2024.7.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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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명계에서도 “당 지도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흐름이 만들어진다”는 당혹감도 감지된다. 지난 14일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이언주 의원의 컷오프 통과가 대표적이다. 정 전 의원은 22대 총선 당시 서울 강북을에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 목함지뢰 피해용사를 비하한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돼 공천이 취소됐다. 총선 직전 복당한 이 의원은 강성이지만, 친명계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 전 대표 측의 관계자도 “정봉주·이언주 등은 다른 후보보다 자기 목소리가 강해 (지도부 내에서) 협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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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김지수,이재명 당대표 후보. 강정현 기자.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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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강성 당원이 주도하는 흐름이 부담스럽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대권을 노리는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공간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은 과도하다. 실제 탄핵 절차는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에게 휘둘리는 우리 당이나 의원이 문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당원의 대표가 아니라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자기중심을 잡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단 지성이 발휘되고 합리성을 견지하게 된다. 당원의 여론과 중도층 여론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친명계 천준호 의원)는 목소리도 있지만, 강성 당원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당을 일반 여론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업체 NBS가 지난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전 대표의 연임 반대(51%)가 찬성(35%)보다 우세했다. 당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와 괴리가 있는 셈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전 대표의 대표 상품인 25만원 지원금만 해도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높지 않느냐. 권리당원과 일반 여론 사이엔 괴리가 있다”며 “‘권리당원만 바라보고 간다’는 건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월 1000원씩 6개월 내면 당 대표ㆍ대선후보 투표권…조국혁신당은 5000원으로 높여

더불어민주당에 등록된 당원은 512만명이다. 단순 수치로 따지면 국민 10명 중 1명이 민주당원인 셈이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4425만명·제22대 총선 기준)으로 좁히면 11.7%에 해당한다. 서구에서 대중정당 역사가 오래된 영국이나 독일보다 많다. 190년 역사의 영국 보수당이 17만 명, 150년 된 독일 사민당은 41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많다는 게 정치학계의 중론이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은 약 250만명. 이중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은 약 124만명이다. 민주당은 월 1000원의 당비를 내면 바로 권리당원의 자격을 얻고 6개월 이상 납부하면 투표권을 갖게 된다.

국민의힘(당원 444만명)도 사정은 비슷하다. 월 1000원의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면 '책임당원'이 되어 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투표할 수 있다.

이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당의 철학이나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은 '1000원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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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재명 의원을 옹호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 등 이 의원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은 진영을 겉과 속이 다른 '수박'으로 지칭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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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만들어진 당원:우리는 어떻게 1000만 당원을 가진 나라가 되었나’를 통해 ▶80%에 달하는 자신이 당원인지조차 모르는 ‘유령 당원’ ▶각종 공직 후보자들에 의해 ‘매집된 당원’ ▶대통령 후보자 등 특정 팬덤 리더를 위해 당을 ‘지배하려는 당원’ 등 3가지 유형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10만~30만명이 1~3억원의 당비로 당의 주요 결정을 좌우하면서 선거 때 온라인으로 들어온 ‘팬덤 당원’이 정당을 장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국혁신당은 창당 직후 당비를 5000원으로 설정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 비하면 많은 액수다. 조국혁신당 측 관계자는 “다른 당에 비해 문턱이 높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당에 대한 애정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당원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필터링 장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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