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9 (목)

핵무장 외치다 전술핵 들여올라…최악 시나리오[한반도 리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웰빙 핵무장'은 없다…비상한 각오 없이는 헛구호③]

핵무장 차선책으로 핵잠재력‧전술핵 주장 뒤섞여…엉뚱한 결과 될 수도

美, 전술핵과 거리 두지만 한국 내 요구 커지면 고육책 가능성

볼턴 전 보좌관, 위커 상원 군사위 간사, 밀러 전 장관대행 등이 거론

사드에다 전술핵까지?…억지효과 별로인 채 주변국만 자극할 우려

편집자 주
북핵 고도화와 북러 밀착을 계기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핵무장은 국가 운명을 가르는 위험한 선택이긴 하나 지정학적 상상력을 지레 포기할 이유는 없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로 인해 한국 핵무장 용인에 대한 희망적 관측도 나온다. 잘만 하면 한미동맹 훼손 없이도 핵무장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철하고 정확한 현실인식이 요구된다. 역사는 '시혜적 핵무장'이 허상임을 말해준다. 파키스탄은 물론 이스라엘도 일시적이나마 고통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지도자의 결기와 국민의 전폭적 지지, 진정 핵무장을 원한다면 둘 중 하나는 필수인데 우리는 무엇을 쥐고 있나. 과연 우리는 미지의 고난과 역경까지 감내할 각오를 한 채 핵무장을 말하는 것인가.
노컷뉴스

미국 공군 전투기가 B61-12 전술핵폭탄을 시험투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글 싣는 순서
① '한미동맹 훼손 없는 핵무장'은 허상…이스라엘도 美와 마찰
② "스포츠카 원하나요? 단, 집을 포기한다면" 핵무장 지지의 허실
③ 핵무장 외치다 자칫 전술핵 들여올라…최악 시나리오

자체 핵무장의 차선책이나 대안으로 핵 잠재력 확보나 전술핵 재반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다. 자체 핵무장은 객관적으로 현실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핵 잠재력 확보 주장은 당장 핵무장은 어렵기 때문에 준비라도 해두자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일본 수준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주장이기에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은 일찌감치 미일 원자력협정에서 예외 규정을 확보한 터라 동일선상에서 요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기에다 한국 내 핵무장론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경계감이 커진 상황도 걸림돌이 된다.

지난 9일 국회 토론회에서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오늘 이후로 핵 잠재력이란 말은 안 쓰는 게 전략 측면에선 맞다"고 잘라 말했다. 경제‧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설령 핵 잠재력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실제 핵무장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핵무장은 기술적 문제보다 정치적 성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핵무장 차선책으로 핵잠재력‧전술핵 주장 뒤섞여…엉뚱한 결과 될 수도

이에 비해 전술핵 재반입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른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전술핵이라는 실물이 실제 존재하니 핵 잠재력보다는 대북 억지력이 훨씬 크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술핵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은 1991년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완전 철수하고 유럽에서도 대규모 감축한 뒤 전략핵 위주로 교리를 전환했다. 이를 되돌리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전술핵은) 바이든도 트럼프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바이든으로선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맞지 않고, 트럼프는 그렇지 않아도 비용을 줄이고 싶은데 전술핵 추가 생산‧배치는 달갑지 않은 얘기"라고 짚었다.

설령 전술핵이 재반입된다고 해도 심리적 안정 효과가 조금 커질 뿐 유사시 실제 사용될 것이란 확증도 없다.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미국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전술핵, 확장억제, 나토식 핵공유 모두 넓게 보면 '핵우산'의 한 방식일 뿐 실효성 면에선 본질적으로 같다. 핵우산이 제대로 펴질지 말지는 미국을 그냥 믿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전술핵 재반입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핵무장 지지자들은 핵무장, 전술핵 재반입, 핵 잠재력 확보 간 차이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이 가운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다수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5일 독자 핵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나토식 핵 보유도, 전술핵 배치도 가능하다. 일단 핵과 관련한 기술을 고도화해 일본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1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드에다 전술핵까지?…억지효과 별로인 채 주변국만 자극할 우려

이는 핵무장 논란의 끝이 자칫 전술핵으로 귀착될 우려를 낳는다. 물론 미국은 공화‧민주 정파 구분 없이 전술핵 옵션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핵무장 요구가 거세진다면 일종의 고육책으로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5월 29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나토식 핵공유를 제안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짐 리시 의원도 같은 달 15일 전술핵 재배치를 제안했다.

트럼프 집권 시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 역시 핵무장 논의 가능성과 함께 "전술핵 재배치도 선택지"라고 말했다.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달 25일 방한 강연에서 전술핵 카드를 언급했다. 그는 "굳이 한국이 핵무기를 직접 개발해 핵 억지력을 확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만약 전술핵 재반입이 현실화된다면 최악의 결과 조합이 될 수 있다. 핵 억지력은 별로 커지지도 않은 채 공연히 주변국만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항공 폭탄보다 지대지미사일에 장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5월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핵 억지력 측면에서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미사일을 핵 문제와 바로 결부시킨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다 전술핵까지 들어오게 되면 우리는 1차 표적이 되고 안보적으로 더 취약해지게 된다"면서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