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 등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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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가 코로나19 유행 당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종교단체에 내린 집합금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광주의 한 교회가 광주시장을 상대로 낸 집합금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18일 확정했다.
광주시는 2020년 8월 광주 지역 코로나19 유행이 교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자 관내 종교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려 대면 예배를 금지했다. 그러나 A교회는 30~40여명이 참석한 대면 예배를 진행했다. 광주시는 이를 적발해 이 교회의 목사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교회는 해당 처분 자체가 위법이라고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교회는 집합금지 명령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뿐더러 코로나19 확산 방지 효과에 비해 과도하게 엄격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면서 “집합금지 처분이 종교의식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식의 장소와 방식 등 일부 형식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종교의 자유 본질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설령 종교의 자유가 일부 침해된다고 해도 집합금지 처분을 통해 실현되는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재판관 10인의 다수의견을 통해 “집합금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국민 전체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공동체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집합금지 처분으로 제한되는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당시까지도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고 감염 경로를 파악,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아 발생 초기에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었다”며 “당시 집합처분보다 덜 침해적이지만 동일하게 효과적인 수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선수·이동원·김상환 대법관 등 3명은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광주시가 집합명령을 내리기 전에 가장 적절한 조치인지 더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이들 대법관은 “기존 조치의 강도를 높이는 대안을 우선 고려하지 않은 채 곧바로 집합금지 처분으로 나아간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 유행 국면에서 행정청이 종교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감염병 예방 조치를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여러 요소를 제시했다는 데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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