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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 (일)

트럼프 외교 참모, 유럽 기자와 설전 “정당한 비용 지불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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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외교안보사령탑 거론 리처드 그레넬 회견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전면에 내세워

한반도 등 방위비 분담 압박 강해질 듯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기업이나 빵집, 식료품점과 다릅니다. 나토 핵심엔 회원국간의 연대(solidarity)가 있습니다.” (프랑스 르몽드 기자)

“제게 강연은 필요없습니다. 핵심은 (연대가 아닌) 역량(capabilities)입니다. 회원국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 할 때 역량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클럽에 회비 안내고 시설을 이용하고 카페테리아 갈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그건 잘 못 된거에요. 그냥 비용을 부담하세요(Simply pay your bill).”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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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당시 주독대사를 지냈던 리처드 그레넬이 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미 국무부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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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국가정보국(DNI) 국장 직무대행을 지낸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대사가 외국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미 국무부 외신기자클럽(FPC) 브리핑에서 그레넬은 트럼프 진영의 ‘어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거침없이 설파했다. 그는 독일 대사 재직 당시 메르켈 당시 총리에게 방위비 분담 증액을 강도 높게 요구했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돈(money)’을 네 차례 언급하면서 트럼프 2기의 외교 기조의 핵심은 동맹국 및 파트너국의 제대로 된 ‘비용 분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을 포함해 “누가 그 나라 정상인지는 트럼프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미국을 위해 관여하고 투쟁한다”고도 했다. 그레넬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국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유럽 정부, 특히 독일 정부는 11월에 공화당이 다시 집권할 경우에 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트럼프 2기에)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나.

“유럽인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놀랄 만한 일은 없다(예상 가능하다는 뜻). 그는 나토에 더 많은 돈을 걷어서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나토 회원국 중 ‘우리는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내겠다’고 서약하고도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그런 국가들이 나토를 약화시키고 있다.”

-방금 몇 분 전에 트럼프가 나토에 더 많은 돈을 걷어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토는 그렇지 않다. 나토는 기업이나 빵집, 식료품점과 다르다. 나토의 핵심에는 회원국 간의 연대가 있다.

“나토에 대해 강의를 받을 이유는 없다. 나는 나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들이 역량 강화를 위해 (나토에) 가입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결혼 할 때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손님들에게) 목록을 통해 정확하게 말한다. 토스터기, 믹서기, 타월, 시트 등…. 누군가 토스터기를 가져오겠다고 할 것이다. 그럼 토스터기 값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토스터기에 꽂을 전기비도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나토 헌장 5조가 조건적으로 발동돼야 한다는 뜻인가.

(나토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은 협의를 거쳐 군사행동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질문은 나토 동맹국들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방어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뜻을 담고 있다.)

“정당한 몫을 지불하지 않는 국가들이 나토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솔직히 당신을 미국 중서부로 데려가고 싶다. 그 사람들은 (유럽이) 정당한 청구서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혜택을 원한다는 데 매우 분노할 거다. 미국은 35조 달러가 넘는 국가 부채가 있다. 반면 독일은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국민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 다른 나라들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그 부담을) 미국 국민들이 계속 부담하게 만드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내 요점은 정당한 몫을 지불하기로 서명하고 미국 국민으로부터 보호를 원한다면 청구서를 지불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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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대사가 17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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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 때 한국에도 종전 대비 5~6배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었다. 그는 이와 관련, 주한미군 감축을 수차례 거론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었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국에도 이런 기조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또 다시 압박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에 대한 논란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헤리티지는 차기 보수 정권의 집권 의제 및 인력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 2025′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2025′를 통해 차기 보수 정권용으로 만든 900쪽짜리 정책 제언집 ‘보수의 약속(The Conservative Promise)’은 미 정가에서 ‘트럼프 2기 공약집’으로 통해왔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프로젝트 2025에 담긴 일부 정책이 극단적이라고 집중 공격을 하자 트럼프가 헤리티지가 마련한 정책들에 대해 “일부는 우스꽝스럽다”고 깎아내린 바 있다. 이에 헤리티지는 “우리는 특정 후보가 아닌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책을 준비할 뿐”이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황한 분위기다.)

“프로젝트 2025는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선거 때마다) 외부 단체와 NGO등은 항상 목록을 발표하곤 한다. 그들의 ‘위시리스트’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보수 인사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외부 NGO 단체 일 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당신은 북한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길 바란다. 세상은 더 안전하고 더 좋아질 테니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에) 어떤 미스터리도 있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책임자인만큼 (인태 전략 등은) 첫 번째 행정부에서와 똑같이 진행될 것이다. 트럼프는 경제가 성장하고 분쟁이 중단되기를 원한다.”

그는 이후 진행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주최 언론브리핑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주한미군 규모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관련 협상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의) 안보 지원으로부터 혜택을 공유받는 나라들이 제 역할을 하고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가 1기 때 많이 말했다”며 “그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레넬 전 대사는 또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한 점을 예로 들며 “누가 그 나라 정상인지는 트럼프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미국을 위해 관여하고 투쟁한다”고도 했다.

그레넬은 중동 현안과 관련된 질문에 갑자기 “국무부가 그저 앉아서 고급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하는 나약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경우에 국무부수장으로 거론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전 세계는 유럽과 중동에서 두 개의 엄청난 전쟁을 목격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평화를 가져야 한다. 나는 국무부에서 12년 동안 일했다. 평화를 옹호하는 사람이다. 나는 국무부가 국방부만큼 강력해져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국무부가 그저 앉아서 고급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 하는 나약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느 ‘요리 외교(culinary diplomacy)’라는 아이디어가 우스꽝스럽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외교관들이 국무부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싶고, 근성을 가진 외교관들을 보고 싶다. 그들도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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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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