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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 (수)

"도둑인 줄 알고"…여중생 사진 공개한 무인점포 업주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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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간편결제로 샌드위치 구매

업주, 결제 안했다고 오해해 얼굴사진 게시

학생 부모, 명예훼손 등 혐의로 업주 고소

여중생을 절도범으로 오해하고 얼굴 사진을 공개적으로 붙인 무인점포 업주가 검찰에 넘겨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 중부경찰서는 19일 명예훼손 혐의로 40대 업주 A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1일 인천시 중구에 있는 무인 샌드위치 점포에서 손님인 중학생 B양의 얼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을 점포 내에 게시해 B양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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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샌드위치 점포가 절도범으로 오인해 공개한 여중생 얼굴.[이미지출처=연합뉴스]


B양은 지난달 29일 A씨 점포에서 3400원짜리 샌드위치를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구입했다. 하지만 업주 A씨는 결제가 되지 않았다고 오해해 B양의 얼굴이 담긴 CCTV 화면 사진을 캡처해 가게 안에 붙였다. A씨는 B양의 얼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하면서 사진 아래에 "샌드위치를 구입하고는 결제하는 척하다가 '화면 초기화' 버튼을 누르고 그냥 가져간 여자분!! 잡아보라고 CCTV 화면에 얼굴 정면까지 친절하게 남겨주고 갔나요? 연락주세요"라고 썼다.

이후 B양 부모는 A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냈다. 이들은 A씨가 결제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딸의 얼굴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고 모욕감을 줬다며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B양이 샌드위치값을 정상 결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연합뉴스에 "대담하게 절도를 저지르는 것 같아 괘씸한 마음에 얼굴 사진을 공개했는데, 상처받은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결제용 기기(키오스크)에서 결제 내역이 없어 B양을 도둑으로 착각했다"면서 "위법인 줄 모르고 B양의 사진을 가게에 붙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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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무인점포에서 도둑으로 오인 받은 30대 부부의 사진이 담긴 게시물[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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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양처럼 무인점포에서 결제를 했는데도 도둑으로 몰리는 억울한 일이 최근 들어 자주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파트단지 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30대 부부가 도둑으로 오인돼 얼굴 사진이 공개된 일이 있었다. 남편 C씨는 지난달 9일 저녁 아내와 함께 아파트 상가 내 무인점포로 가 아이스크림 4개를 구입하고 키오스크 간편결제로 3400원을 지불했다.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같은 달 22일 아내와 함께 동일 무인점포를 방문한 C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인점포 입구에는 자신과 아내의 얼굴 옆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사진이 게시돼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2024년 6월 9일 저녁 7시 50분경 아이스크림 4개 결제 안 하고 가신 분 연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C씨는 가게 안에 적힌 업주 전화번호로 연락해 항의했다. 업주는 정상 결제 여부를 확인한 뒤 C씨 부부에 문자 메시지로 사과했다. 그는 메시지에 "고객님의 사진이 무단게시돼 죄송하다"며 "구매 금액의 10배를 돌려드리겠다"라고 썼다. 이후 C씨와 아내 두 사람에게 각각 3만4000원이 송금됐으나, 이들은 돈을 받지 않았다. C씨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시간에 전화, 혹은 대면으로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보상을 받으려고 내내 (결제 명세 등) 확인 요청을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C씨 부부는 업주가 진정성 어린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점포에서 절도 의심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공개적으로 손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이면 명예 훼손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절도를 의심해 초등학생 손님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인 한 무인 문방구 업주는 1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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