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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 (수)

국내 임상시험 글로벌 톱티어 도약했지만…의정갈등 올스탑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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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임상시험 중단·연기
식약처, 상반기 임상시험 승인 499건…전년 동기 대비 10.25% 감소


더팩트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에 적막감이 맴돌고 있다. /장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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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서다빈 기자] 한국의 신약 개발 임상시험 수준이 톱 티어(최상급) 반열에 올랐지만 의정갈등으로 임상시험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최근 5년간 글로벌 의약품 임상시험 현황 분석을 통해 한국을 임상 시험 톱 티어 국가로 분류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 바이오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이큐비아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임상 환자 가용성과 운영 준비 상태를 평가했을 때 역량 수준, 임상 절차 등이 일류 그룹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내 신약 개발 임상시험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지만, 현장에서는 전공의의 부재로 임상 시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약품 개발 임상시험 건수는 지난해 대비 두자릿수 감소했으며, 의료공백으로 임상 재평가에 차질이 발생해 기간 연장을 논의한 사례도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에 고시된 임상시험 승인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월~6월 30일)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은 총 499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56건과 비교해 10.25% 줄어든 수치다.

전공의가 집단사직 행동을 보인 지난 2월 20일 이후 4개월간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은 총 347건으로, 전년 동기(464건) 대비 25.2% 감소했다.

의정갈등으로 수술이 줄어 임상 대상 환자 30명을 채우지 못해 임상 재평가 기간 연장 요청한 사례도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회의록에는 밀레포리움틴D3 주사제의 임상 재평가 기한 연장을 요구하는 업체 측과 해당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위원회 간의 발언들이 담겼다.

업체 측이 재평가 기한 연장을 요구한 이유는 의정 갈등으로 수술 환자의 수가 줄어 임상 대상 환자를 구하지 못하면서다. 회의가 열렸던 6월 중순 기준 27명의 환자 등록이 필요했다. 주사제의 특성상 입원·수술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 파업 사태로 입원과 수술 지연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환자 등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올해 초만 해도 환자 등록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5월부터 환자가 하락세를 기록했고 전공의 파업 지속, 수술 지연 등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지난 6월에는 2명밖에 환자를 등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장은 전공의의 파업을 업체가 예측할 수 없던 '천재지변'과 같이 부득이한 사유라고 말하며 30명도 안되는 숫자 때문에 임상시험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은 업계입장에서도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업체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며 재평가 기간 12개월 연장을 권고했다.

업체 측은 현재 전공의 파업 상황과 관계가 없는 일부 병원을 파악하고 대상자 등록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부터 난관이다. 임상 환자를 모집하는 것은 전공의의 업무인데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이 과정에 차질을 겪고 있다. 환자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정 갈등으로 신약 임상시험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 계획 자체가 미뤄지고 있다"며 "기존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도 어렵다 업계 전반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수련병원의 전공의 사직 처리 현황에 따르면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1만3531명 중 7648명(56.5%)에 대한 사직 처리(임용포기 포함)가 진행됐다. 이들 가운데 인턴의 경우 임용대상자 3068명 중 2950명(96.2%)이 사직 했으며,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 4698명(44.9%)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해당 수치는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한 110개 병원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로, 추후 사직이 결정되는 전공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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