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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목)

그날, “한 사람의 격노”로 “수많은 사람이 범죄”…해병의 죽음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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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7일 태풍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뒤쪽에 수행한 사람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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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19일 수마가 할퀴고 간 경북 예천군 호명면(현 호명읍) 황지리 내성천 일대. 전날부터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 하천의 수위는 높고 물살은 거셌다. 그날 아침 8시30분,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수색을 이어가던 채아무개 일병(상병으로 추서)이 급류에 휩쓸렸다.



스무살 젊은이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지만, 그 안타까운 죽음은 충분한 애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지난달 11일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저희 아들 1주기 전에 경찰 수사가 종결되고 진상이 규명되어 저희 아들 희생의 원인과 진실이 꼭 밝혀져서, 더 이상 저희 아들 희생에 대한 공방이 마무리되고, 이후에는 우리 아이만 추모하면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동료 해병과 간부들의 증언, 언론 보도가 임성근 사단장의 책임을 가리켰지만 채 상병 1주기가 임박한 지난 8일 경찰은 ‘임성근 사단장에게는 채 상병 죽음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국회를 두 차례나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어김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진실은 이렇게 묻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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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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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수민 기자




박정훈 대령 “한 사람의 격노…모든 것이 엉망진창”





국가에 대한 믿음이 비틀리고 유가족의 온전한 추모마저 힘겨워진 것은 지난해 7월31일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절차대로, 법대로, 규정대로 진행되면 될 일입니다.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7월3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다. 박 대령은 브리핑을 위해 ‘고 상병 채○○ 익사사고 수사 경과 및 사건처리 관련 설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가지고 용산구 국방부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사단장의 작전지도간 복장, 경례 태도, 브리핑 상태 등에 대한 지적 사항 등으로 예하 지휘관이 지휘 부담을 느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중 수색이 위험하다는 대대장과 여단장의 건의가 묵살되는 등 해병대 간부들과 장병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거친 결과였다. 국회에서는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한 대면 설명이 예정됐다. 이를 위해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은 국회로 향했다. 하루 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 대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일이다. 이종섭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결재도 했다.



순조롭던 그날의 모든 일정이 취소된 것은 오전 11시54분, 이종섭 장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난 뒤다. 이종섭 장관은 대통령실이 사용하는 ‘02-80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2분48초 동안 통화한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지 14초 만에 자신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휴대전화로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언론브리핑 취소와 사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전날 자신이 결재한 사안을 대통령실과 통화 이후 14초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종섭 장관의 지시 이후 국방부 근처에 있던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사령부로, 국회에 대기 중이던 정종범 부사령관은 국방부 장관 집무실로 불려갔다. 정종범 부사령관이 장관 집무실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17분께였다. 집무실에서 이종섭 장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보좌관 등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정종범 부사령관은 이종섭 장관의 지시를 메모했다.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 이종섭 장관은 이런 지시를 내리고 박진희 보좌관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출장을 떠났다.



정종범 부사령관의 메모에 담긴, 해병대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언급하지 말아야 할 “누구누구”의 정체는 그날 오후에 드러난다. 해병대 사령부로 복귀한 박정훈 대령은 오후 5시가 넘어 김계환 사령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정훈 대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를 처음 전해 들었다. “오늘 11시께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 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김계환 사령관이 설명했다는 것이다.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은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저잣거리의 호사가가 아닌 나라를 지키는 해병대 군인들을 통해서였다.





휴가 중 불이 난 대통령 휴대전화





이틀 뒤엔 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해병대 수사단은 2023년 8월2일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오전 10시30분~11시50분)했다. 이로부터 17분 뒤인 낮 12시7분 윤석열 대통령은 국외 출장 중인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12시43분과 57분에도 통화했다. 이사이에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보직 해임을 통보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장관 대행을 하던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도 세차례 통화를 한다. 신범철 차관은 오후 1시30분, 오후 3시40분에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오후 4시21분 신범철 차관에게 전화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25분에도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휴가 중이었지만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기록이 경찰에 넘어간 뒤 국방부 장차관 등에게 줄기차게 전화를 걸었다.



신범철 차관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2023년 8월2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는 “(수사기록) 회수에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격노에 이어 사건 기록 회수까지 깊숙이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진술이다. 윤 대통령의 전화와 국방부 수뇌부의 움직임이 연결되는 지점도 있다. 신범철 차관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박정훈 대령 항명죄 수사 중단 긴급구제 사건 조사를 받으면서 이렇게 진술했다.



“(수사기록 이첩 사실을)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11:30경 전화를 받고 확인한 후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했다. 장관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검토하도록 본인에게 지시하여, 13:30경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검찰단장 등을 집무실로 호출하였다. (그런데) 그사이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이 각각 장관과 통화하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음을 확인하고 별도의 토론 없이 회의를 마쳤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신범철 차관과 오후 1시30분부터 8분45초간 통화했다. 신범철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신 차관이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은 19일 국회 청문회에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이들에게 직접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거듭 ‘혐의자를 빼라’고 종용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동혁 검찰단장은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수사한 책임자다.



윤 대통령이 신범철 차관과 통화하며 김동혁 검찰단장 등에게 박정훈 대령 형사처벌이나 사건 기록 회수 등을 직접 지시한 것이라면 위법 혐의가 짙어진다. 군형법에서 집단항명이란 ‘무리를 지어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않을 때’ 적용하는 것으로, 수괴에게 전시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평시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가능한 중대범죄다. 실제 군 내부에선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 명령위반죄(2년 이하의 징역)를 적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뿐 항명 혐의는 기소도 드물다. 그러나 군검찰은 2023년 8월30일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기고 수사기록을 경찰에 넘긴 혐의(항명) 등으로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훈 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브이아이피 격노설’을 밝힌 지 이틀 뒤였다.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됐다. 하지만 중앙지역군사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법부 독립성이 보장된 민간 법원과 달리 군법무관이 순환보직 형태로 군판사로 일하는 군사법원에서조차 무리한 수사로 판단하고 제동을 건 셈이다. 군법무관으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은 옭아매겠다는 의사를 뚜렷하게 내비친 것”이라며 “다른 기관으로 이첩된 사건을 회수한 사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임성근 사단장을 처벌 범위에서 빼라는 취지라는 게 명확하고, 그에 따라 무리한 조처가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면 모든 행위들을 포괄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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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에 해병대원 수사 외압 사건 관련자들이 출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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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만 보고 ‘임성근은 죄가 없다’?





올해 4월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지난 5월9일 자리를 마련한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한 기자가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질책했다는 의혹이 있다.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 ‘브이아이피 격노설이 사실이냐’는 완곡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주검 수습 작업을)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해서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국방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브이아이피 격노’를 ‘국방장관 질책’으로 비틀어 답한 것이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월31일 회의에서) 저희에게 화내신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여럿이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김계환 사령관이 해병대 참모와 윤 대통령 격노설을 전제로 대화를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회의 참석자가 “채 상병 순직 사건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며 여권 인사에게 전한 사실도 드러났다.(한겨레 5월24일치 1면) 윤 대통령의 격노는 ‘설’이 아닌 사실로 굳어진 모양새다.



수해로 실종된 민간인 수색 과정에서 군 장병이 숨졌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으라’고 하는 게 대통령의 통상적인 지시일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불같이 화를 내고 휴가 중에도 수사 이첩을 막으려고 백방으로 전화를 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2023년 7월31일 당시 대통령실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와 관련해 전달받은 것은 당일 예정된 언론브리핑 자료가 전부였다. 국방부와 대통령실은 해병대 쪽에 조사 결과를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 보안을 철저히 지켰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보도자료만 보고, 경찰로 넘어가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특정인의 혐의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박정훈 대령도 김계환 사령관에게 윤 대통령의 격노를 전해 들은 뒤 “대통령께서 잘못 보고받은 것 같다. 왜 사단장을 처벌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왜’가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해병대 사단장을 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기려는지 자세한 경위도 파악하지 않은 채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불같이 화를 낸 것부터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 의문이 더해졌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왜 무리하게 임성근 사단장을 감싸려고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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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주가조작 공범과 재등장한 ‘VIP’





이런 상황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브이아이피’(VIP)를 언급하며 임성근 사단장 구명에 나선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이 폭로됐다. 이종호 전 대표와 공익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의 지난해 8월9일 통화 녹음을 보면, 김 변호사가 “그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고 말을 꺼내자 이종호 전 대표는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 가지고 ㄱ이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브이아이피한테 얘기를 하겠다(라고 ㄱ에게 말했다)”라고 답한다. 이종호 전 대표와 김 변호사 그리고 대화 내용에서 등장하는 전직 경호처 직원인 ㄱ씨는 모두 해병대 출신이다. 올해 3월4일 통화에서는 김 변호사가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이종호 전 대표는 “그러니까 쓸데없이 내가 거기 개입이 돼가지고, 사표 낸다고 그럴 때 내라 그럴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당시 법원은 블랙펄인베스트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라고 판단했으며, 김건희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 2개가 “민○○(당시 블랙펄인베스트 이사) 또는 피고인 이종호가 직접 운영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선 블랙펄인베스트 직원의 컴퓨터에서 ‘김건희.xls’라는 제목의 엑셀파일도 발견됐다.



이종호 전 대표와 김건희 여사는 당연히 서로 아는 사이다. 김 여사는 2021년 12월 검찰에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제출한 서면진술서에서 이종호 전 대표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고 한다. 재판 과정에서 이종호 전 대표는 “(김 여사를) 서 회장이라는 분으로부터 식사 자리에서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였던 이종호 전 대표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 등을 확인해줄 수 있는 수사의 ‘핵심 증인’이다. 주가조작 사건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김 여사 입장에서 이종호 전 대표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하면, 이종호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의 인연을 이용해 임성근 구명에 나섰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종호 전 대표는 육성 통화 녹음이 공개되자 자신이 말한 ‘브이아이피’가 김계환 사령관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 김 여사라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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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들이 ‘누가 젊은 해병을 죽였는가?’ 집회를 열고 외압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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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 기소권은 검찰에





나라를 지키려고 군에 간 청년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격노, 사건 기록 회수, 항명죄 기소 등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윤 대통령을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3월 이종섭 전 장관을 격에도 맞지 않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로 내보내고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채 상병 죽음의 책임을 면밀히 따져 합당한 처벌을 하고, 윤 대통령과 이종섭 전 장관이 사과하고, 국민들의 추모와 애도가 군 차원에서의 재발 방지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방어적 태도가 사건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선 특검 논의를 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채 상병 1주기 전날인 지난 18일 추경호 원내대표 등은 경기도 과천 공수처를 찾아가 수사 마무리를 요청했다. 공수처가 수사 외압 사건 고발장을 접수한 건 지난해 8월이다. 최근에는 공수처 수사팀 검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종호 전 대표를 변론했던 사실 때문에 회피 신청을 하고 수사를 총괄하는 차장 직무대행도 이 전 대표를 변론한 전력이 있어 논란이 됐다.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특검으로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적 주관과 고집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그런 국정 운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로 윤 대통령이 스스로 키운 사건”이라며 “공수처가 수사한다고 해도 기소는 검찰이 해야 하는데 검찰이 실제 기소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특검으로 진상규명을 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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