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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GDP 늘어도 실질임금 1.6% 줄어…‘낙수효과’ 없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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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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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6개월 동안 명목 임금의 성장률 하락으로 실질임금 누적 하락 폭이 1.6%에 이르는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에 이르렀음에도 실질임금은 거꾸로 0.4% 하락했다. 성장의 과실이 고루 배분된다면 실질임금 증가율은 실질 경제성장률에 근접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실질임금 상승률은 이른바 ‘낙수효과’가 근거없는 주장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를 보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상반기 1인당 명목임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을 밑도는 2.4% 증가에 그치면서 실질임금이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임금은 앞서 2022년 전년대비 0.2% 하락하고, 2023년에는 1.1% 하락한 바 있다. 실질임금의 하락은 1998년 외환위기 때와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때도 일어났지만, 하락세가 3년째 이어지는 것은 1993년 사업체노동력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었다. 2년 반에 걸친 실질임금의 누적 하락 폭은 1.6%에 이른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2.2% 감소했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0.8% 감소해 소규모 사업장에서 임금 손실이 더 컸다.



실질임금의 하락은 명목임금의 증가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에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 직후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한 측면이 있다. 실제 2022년의 경우 명목임금 상승률이 4.9%로 높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가 5.1%나 올라 실질임금이 0.2% 하락했다.



그러나 2023년과 올해 상반기에는 명목임금의 상승률이 각각 2.5%, 2.4%에 머물렀다. 2011∼2021년 사이 명목임금의 연평균 상승률은 3.53%였다. 물가 상승률이 다소 둔화했음에도 실질임금이 하락한 원인이, 물가보다 명목임금 상승률의 하락 쪽에 있다는 의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노사간 힘의 관계가 사쪽으로 기울었고 최저임금 인상률도 매우 낮아서, 명목임금 상승률이 떨어지고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계층간 소득 격차를 키우고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 소득의 근간을 이루는 임금 수준의 실질적 하락은 민간소비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 침체는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실질 경제 성장률을 2.8%(전년동기대비)로 집계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1.0%에 머물렀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성장률에 크게 뒤지는 실질 임금 증가율은 가계 소득에 악영향을 끼쳐 내수 회복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김용기 아주대 교수(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에선 자연발생적인 낙수효과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재정을 통한 재분배로 낙수효과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상성장률(4.5%)을 크게 밑도는 3.2% 총지출 증가율로 예산안을 편성해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정남구 선임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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