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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기고] 나토정상회의서 우리가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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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7월 10일과 11일, 창설 제75주년을 맞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스페인과 2023년 리투아니아 정상회의에 이어 3번째로 이 회의에 참가하였다.

1949년 창설되었을 때 초대 사무총장 헤이스팅스 이즈메이가 언급하였듯이 나토의 목표는 미국을 유럽 안보에 지속적으로 관여시켜, 소련의 침략 가능성을 억제하고 독일의 군국주의 재발을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나토의 목표는 지난 75년간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나토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22년에 공표된 나토의 전략개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도발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도전을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명기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이 비회원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국가 지도자들을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IP4) 자격으로 연속하여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유럽의 안보정세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그것을 분리해서 볼 수 없으며, 국제 안보질서의 안정을 위해서는 양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 간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나토 국가들 간에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방문기간 중 다자정상회의 참석과 양자회담을 통해 이러한 국제안보의 큰 흐름에 한국도 적극 관여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와 북한 지도자가 체결한 러·북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질서에 대한 공동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음을 역설하였다. 이 같은 입장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내년에 나토 우크라이나 신탁기금을 통해 올해 대비 2배 규모의 지원을 제공할 것을 표명하였다.

이번 회의에서 32개 회원국들이 자국의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산업역량 확대 선언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IP4 국가들과의 방산 협력 강화를 과제로 포함시킨 것은 나토와의 새로운 안보협력 가능성을 전망케 하는 것이다. 이미 폴란드 등에 대한 방산 수출의 성과를 올린 바 있는 한국으로서는 향후 나토 전체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방위산업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 중 하와이에 소재한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방문하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에서 합의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도 승인하였다. 이를 통해 나토가 구축한 핵공유체제에 필적하는 한미동맹 차원의 강력한 확장억제 태세를 보다 구체화하였다.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IP4 국가들과 소다자 협력을 제도화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나토 정상회의 개최 직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은 상호 결속을 도모하였고,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을 통해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를 부활시킨 바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공고화된 한미동맹 및 태평양·대서양 안보 연대가 북·중·러 협력 강화에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및 글로벌 안보질서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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