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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북한군 향해 “노예의 삶서 탈출하라”… 접경지 군사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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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대북 확성기 전면 가동

‘南南갈등’ 노린 北 행태에 맞서

심리전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

권력 세습 등 민감한 내용 방송

최근 외교관 탈북 소식도 전해

北, 올해 9번째 오물풍선 살포

360여개… 수도권 110여개 낙하

북한이 21일 남쪽을 향해 또다시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군이 모든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보복 대응 차원이다.

세계일보

가림막 설치된 고정형 확성기 합동참모본부가 21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 전선에서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합참이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을 밝힌 이날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 우리 측 초소 앞에 고정형 대북확성기 가림막이 설치된 모습. 파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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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가 이날 오후 1시부터 모든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힌 것은 이미 예고됐던 사안이다. 북한이 18일 오후부터 19일 새벽에 걸쳐 오물풍선을 살포했을 때, 합참은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이러한 행태를 반복한다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당국이 북한 오물풍선 추가 살포 징후를 파악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실시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실시를 실제로 단행한 것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5월 말부터 오물풍선을 계속 띄우는 것은 민간단체 대북 전단 살포를 무력화하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방치한다면, 오물풍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와 더불어 내부적으로 논란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는 북한의 의도에 맞설 유효한 카드로 꼽힌다. 확성기 방송은 10∼30㎞ 떨어진 거리에서도 청취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파주 휴전선 일대에서 방송한다면, 개성에서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휴전선 일대에는 북한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고,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선 북한군이 지뢰매설 등 작업을 하고 있다. 휴전선과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도 많다.

이들을 향해 김씨 일가 3대 세습 비판과 자본주의 체제 선전 등 북한이 민감해하는 내용을 방송한다면, 북한 내부에서도 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오물풍선을 계속 띄웠는데도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멈추지 못한 것에 따른 북한 지도부 내 정치적 책임 문제와 더불어 김정은 정권 실정이 주민과 장병에게 전해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최근 실시된 대북 확성기 방송에선 북한 외교관 탈북 소식을 전하고, 지뢰매설 작업을 하는 북한군을 향해 “지옥과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

서울 도심에 또… 북한이 21일 오전 대남 오물 풍선을 또다시 살포했다. 사진은 이날 살포한 오물 풍선에 담겼던 내용물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 도로에 떨어져 있는 모습.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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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군은 전방지역에 고정식 대북 확성기 24개와 이동식 대북 확성기 16개를 갖고 있다. 군은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방송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무더운 여름철인 만큼 과열 등을 감안해 지역 특성과 기술적 요소를 토대로 조정할 방침이다. 다만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으로도 북한의 행동 변화가 없다면 확성기 외에 추가적인 옵션을 가동해야 하지만, 확성기 방송보다 더 강력한 수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게 되면 “한국군의 비대칭 전력을 너무 일찍 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이어간다면, 오물풍선을 더 많이 띄울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오물풍선을 또다시 살포했다. 올해 들어 9번째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띄운 풍선은 360여개(21일 오후 5시 기준)다. 이 가운데 110여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에 낙하했으며 내용물은 대부분 종이류였다.

대남 확성기 방송 실시처럼 비례성의 원칙에 따른 대응도 예상할 수 있다. 또 우리 측 대북 확성기에 총격을 가하거나 사이버 공격, 북방한계선(NLL) 침범,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는 감시정찰을 강화하면서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한국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주한미군 RC-12X 정찰기가 중부지방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 정찰을 진행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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