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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올해 역대 최대 日 투자 유치…일본 "韓, 중요한 이웃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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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日화이트리스트 복원 1주년…어제의 앙숙이 오늘의 협력자 (上)

[편집자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 복원한 지 1주년이다. 한때 기습수출규제와 그에 따른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으로 맞붙었던 두 나라가 더이상 갈등과 견제만으론 보호무역주의가 기세를 펴는 세계 경쟁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론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양국 관계 개선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까지 이어지며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첨단산업·공급망부터 CFE(무탄소에너지) 협력까지 양국의 협력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올해 외국인 투자 19%는 日…첨단산업·공급망 투자 늘었다


머니투데이

지난해부터 불어온 한일 관계 훈풍이 첨단산업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본격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의 대(對)한국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 28억9000만달러(약 4조214억원)다.

일본 첨단산업 소재·장비 업체의 투자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해제 이후 1년여 만에 반도체용 불화수소 등의 수입도 원활해져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 중 일본의 투자액(신고 기준)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6.7% 증가한 28억9000만달러다. 전체 외국인 투자 중 차지하는 비중도 18.9%로 지난해 상반기 3.5%에 비해 대폭 늘었다.

올해 일본의 한국 투자는 역대 상반기 중 최대 규모다. 전체 외국인 투자 중 일본의 비중이 10%를 넘은 것도 2015년 상반기 이후 9년 만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가 지난해 동기보다 704.5% 증가한 26억달러로 집계됐다. 서비스업 투자는 9.5% 증가한 2억9000만달러다. 유형별로는 공장이나 사업장을 신·증설해 직접 운영하기 위한 그린필드 투자가 353.8% 증가한 24억1000만달러, M&A(인수합병)는 659.6% 증가한 4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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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조업 투자는 대부분 첨단산업 분야다. 지난 5월 일본 첨단 소재 기업인 도레이가 국내에서 아라미드섬유 제조시설을 위한 증설 투자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아라미드는 전기차 구동모터 등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었던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일본 반도체 핵심소재기업 JSR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그릴 때 쓰이는 소재다.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코리아는 경기 용인에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지난 1월 토지를 매입했다. 도쿄일렉트론코리아는 연구동과 팹(Fab)을 건립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필름 그룹의 자회사인 한국후지필름일렉트로닉머티리얼즈는 지난달 경기 평택에 국내 최초의 이미지 센서용 컬러레지스트(감광재료) 평택공장을 준공했다. 컬러레지스트는 반도체의 일종인 이미지 센서를 만들 때 필요한 소재로 후지필름의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기존에 일본에서 수입해온 컬러레지스트를 한국에서 제조·공급해 국내 반도체 회사에 전량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규제가 해제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기습수출규제 이후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이 높아졌지만 100% 자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웨이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에칭 공정 등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2022년 중국산 수입 비중이 8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수출규제가 풀리면서 올해 1~5월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는 일본 수입 비중이 46.3%로 가장 높고 중국은 30.6%, 대만은 22.1%로 집계됐다. 일본과의 관계개선 덕분에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셈이다.


일본이 바라본 韓 "중요한 이웃국가"…5년만에 달라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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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은 상호 중요한 무역상대국인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국가'

일본 정부에서 바라본 한일관계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9일 펴낸 통상백서는 지난해 3월16일 한일 정상회담부터 시작된 양국 관계와 협력을 우호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산성 통상백서에 한국과의 협력을 다루는 페이지가 별도로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산성 통상백서엔 한일 양국의 △산업·통상 협력 △수소·암모니아 등 CFE(무탄소에너지) 협력 △한일 정부 관계기관 및 민간단체 간 교류 △한일중·한미일 등 다자협력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전세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일 공동 이해관계로 통상 마찰을 돌파하고 경제 패권 경쟁에서의 대응력도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 '협력자'로서의 한국의 입지가 확고해진 것은 지난해 3월 한일 정상회담부터다. 정상회담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곧바로 일본과 수출규제 해소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그해 4월과 7월 상대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복원했고 WTO(세계무역기구)에 제기한 무역분쟁을 마무리했다.

이는 올해 4월 22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사이토 겐 경산성 대신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2018년 이후 6년만의 한일 산업통상장관회담이다. 산업부와 경산성은 장관급 회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5년 만에 친선 축구대회를 열어 실무자 간 교류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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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오전 일본 경제산업성 접견실에서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장관)과 면담을 갖고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전반에 대한 한·일 정상 간 합의사항의 후속 조치와 미래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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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비롯 에너지, 통상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한일중 경제통상장관 회의, 한미일 산업·상무장관회의 등의 개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가 나서서 본격적인 경제 협력 신호를 준 것이다. 이는 민간에서의 협력 분위기 조성으로 이어졌다. 특히 경제계 민간 교류는 확연히 늘고 있다.

2021년 10월 대한상공회의소의 '한일관계 기업 인식 실태' 조사 결과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12.9%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진전이다. 당시 국내 수출입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일 양국간 경제협력 필요성에 공감하는 기업은 92.6%였지만 양국 관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양국 경제인이 참여하는 행사는 올해만 8개다. △한일 신산업 무역회의(3월) △한일 스타트업협력행사(4월) △한일 경제인 회의(5월)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5월) △2024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7월) △호쿠리쿠 경제교류회의(8월) △환황해 및 큐슈 경제교류회의(10월) △한일산업기술페어(10월) 등이다.

이 중 오는 8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호쿠리쿠 경제교류회의는 2018년 개최 이후 6년 만이다. 우리나라 동해권과 일본 호쿠리쿠 지역의 무역·투자·산업기술 협력 증진을 위한 회의로 2019년 한일 관계가 경색된 후부터 열리지 않다가 올해부터 재개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일 관계 개선 이후 무엇보다 민간 단체에서의 교류와 협력이 굉장히 활발해지고 있다"며 "양국 간 관계가 사실상 정상화됐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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