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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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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베트남에 세울 K-신도시, 기업진출 확대 전진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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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예정부지 가보니
LH의 신도시 전수, 국내기업 진출 '플랫폼' 되다
해외건설 '수주→투자개발' 정부 지원 나서


[하노이=김미리내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 홍강을 지나 1시간 정도 차로 달렸다. 몇몇 주택들이 논밭에 둘러싸인 넓은 평야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 480만평(1592만㎡)에 달하는 계획구역에 260만평(850만㎡)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된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박닌성 '동남신도시' 예정부지다.

주택 4만9000가구, 인구 약 15만6000명 규모다. 판교 신도시와 개발 면적(약 892만㎡)은 비슷하지만 주택(2만9000여가구) 및 인구는 더 많은 신도시다. 사업 기간은 35년(2025~2060년), 사업비는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는 베트남 최대 도시개발사업으로 꼽히는 동남신도시 개발에 'K-신도시'를 수출할 예정이다. 모든 주택에서 공원과 학교를 15분 거리에 두고, 업무·스포츠·의료 등 도시 내 자족 기능이 가능한 '판교'급 신도시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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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골든파크 아파트 옥상에서 본 박닌성 동남신도시 사업 예정부지 모습/사진=베트남 공동 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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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도시' 이식할 베트남 '동남신도시' 가보니

동남신도시에 도시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박닌성과 동남신도시 개발협력 MOU를 체결하고 현재 2차 사업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내달 구역계획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말 나올 타당성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민간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허가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내 건설사와 기업의 신도시 개발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 도시개발 협력 수주지원단을 꾸려 현장을 돌아본 자리였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베트남을 방문했다. ▷관련기사 : 10여년 그려온 '신도시 수출' 현실로 다가오다, 베트남에 판교급 'K-신도시' DNA 심는다(7월17일)

박 장관은 "개발구역으로는 우리나라 판교 신도시와 비슷한 규모로 베트남에서 최대이자 최초인 도시개발 사업이며 국내에서도 도시 수출로는 최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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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사업 예정지 인근 골든파크 아파트 옥상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박닌성 동남신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베트남 공동 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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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닌성 동남시도시 개발사업의 유력한 사업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이날 동남신도시 예정부지에서 만난 부언 꾸옥 뚜언(Vuong Quoc Tuan) 박닌성 부성장은 "박닌성은 한국인 거주 밀도가 높아 LH에서 신도시 착공에 나서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박닌성엔 삼성전자 최대의 휴대폰 생산라인이 있다.

그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LH의 전 사장이었을 때부터 인연이 있으며, 이 사업이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우 장관이 LH 사장 시절 베트남에 뿌린 씨앗이 움트는 모습이다. LH는 오랜 기간 베트남에 신도시 컨설팅을 해왔다.

이날 저녁 도시개발협력단 통합 만찬 자리에서 박 장관은 "10여년 간 구상해온 '한국형 도시 수출'이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왔다"면서 "민·관 합동으로 베트남에 판교 신도시급 대규모 한국형 신도시 개발사업이 최초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개발 통해 한국기업 진출 '플랫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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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조감도/자료=LH 베트남지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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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도시개발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신도시가 '도시개발'을 바탕으로 국내 건설사와 기업들이 베트남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만인 2022년에 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이뤘다. 현재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며,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성장하며 지속적인 협력과 성과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현재 약 1억명의 인구 중 40%만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도시화율을 2030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한 2040년에는 2000만명 이상이 도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도시개발 수요가 높아 대규모 도시화 사업이 장기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공사비 문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국내 건설업이 해외 도시 수출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도시를 이루는 각종 인프라와 산업단지를 비롯해 유통,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다양한 스마트 도시화 솔루션을 위한 한국 기업들이 대거 베트남 진출에 나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현성 LH 베트남 지사장은 "박닌성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보다 안전하고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베트남과 추진 중인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UGPP)이 바로 이 같은 개념이다. 도시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K-신도시 DNA를 이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당 도시 진출을 돕는 것이다.

임 지사장은 "민간기업이 진출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인허가와 토지문제인데 공공인 국토부와 LH가 정부 차원에서 도시개발 사업을 진행해 터전을 잡고 기업들이 더욱 안전하고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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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건설부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응우옌 타잉 응이 베트남 건설부 장관과 도시 및 주택개발 협력방안 MOU 서명식을 진행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베트남 공동 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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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구조개편 추진에도 '탄력'

이는 국내 해외건설 사업의 구조개편 추진과도 연관이 깊다. 박 장관은 해외건설 수주 패러다임을 고부가 가치화와 산업패키지 진출로 변화시키기 위해 도시수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추진해온 도급형 수주사업은 현재 인건비 증가와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로 인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을 선진국형인 '투자개발사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코자 하는 것이다.

임 지사장은 "도시개발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면 한국 건설사들이 부동산투자개발 사업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도시개발 사업이 아닌 투자개발사업 전환의 기로에서 어려운 인허가와 토지문제를 정부가 협력해 풀어주고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주지원단에 참여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역시 "포화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건설사들이 해외 도시개발 사업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성 지사장은 "현재 LH가 추진 중인 흥옌성 산단도 공정률 85%로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이미 분양률이 72% 수준"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을 준비 중이고 중국에서 나가있는 국내 기업들도 미·중 갈등 속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2단계 산단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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