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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현대차 1억대 질주의 힘 ‘현대 스피릿’…“코로나 셧다운에도 공장 안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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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생산 차질 절대 안돼”

협력업체까지 모두 끌어모아
반도체 공동구매 협상력 강화
셧다운 가동중단율 업계 최저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연구
전기차 시대 공급망 미리 대비


매일경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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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대에는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 특성상 쌀알 만한 부품 하나만 없어도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생산 설비를 멈추면 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손해만 하루에 수백억원이다. 자동차 기업이 공급망 관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3위 완성차 반열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데드라인(마감시한)’은 반드시 지킨다는 기업 문화가 자리한다. 부품·생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단시간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낸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현대차그룹 공급망 관리의 절대 기준이다.

미국이나 유럽 완성차 기업은 설계 변경이나 부품 수급난이 발생하면 생산이나 개발 데드라인을 미루는 것이 예삿일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극심했을 때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갔고 언제 생산이 재개됐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에선 이런 게 통하지 않는다. 자동차업계에선 이를 현대차그룹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이자 ‘현대 스피릿’이라고 표현한다.

현대차 연구개발 분야의 전 고위 임원은 “공급망 문제가 터지면 전사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현대차만의 경쟁력이다. 외국 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면서 “몇 년 전 부품업체에서 큰불이 난 적 있는데, 현대차 본사 인력들이 즉각 협력사에 투입돼 일주일 만에 라인을 정상 가동한 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당시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현대차그룹의 공급망 관리 실력을 전 세계에 증명한 단적인 예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기 위해 회장부터 구매 담당 직원과 협력사 임직원까지 전 세계를 뛰어다닌 일화는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집념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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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코로나발 셧다운이 심각했던 2020년 4월에 주요 완성차별 공장 중단 상황을 분석했는데, 현대차·기아가 35%로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GM이 90%로 가동 중단 비율이 최고였고, 벤츠가 88%,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가 85.7%, 르노 85%, 포드 82%, BMW 81%, 혼다 68%, 폭스바겐 61%, 테슬라 50%, 도요타 46% 순이었다.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은 “정의선 회장까지 유럽 반도체 기업의 고위급 인사를 직접 만나 반도체 구매 협상에 뛰어들었다”면서 “생산 라인을 멈출 수 없다는 현대차그룹의 제1원칙을 지키기 위해 정 회장을 비롯한 전 조직원이 절박하게 매달린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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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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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공급망 위기 대응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초가 있다. 원하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자 차량 설계까지 변경했다는 점이다. 차 설계 변경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기존 설계에 맞는 반도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한 현대차 측은 반도체 대체물량을 구한 뒤 이게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차량 설계를 바꾸는 적극성을 발휘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를 두고 “다른 어떠한 외국 기업도 생각해내지 못한 현대차그룹만의 발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당시엔 현대차 협력사들도 반도체 부족에 시달렸다. 현대차그룹은 손 놓고 있지 않았다. 한 번에 많이 사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사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수량을 모두 취합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매점매석에 나선 중국 브로커를 통해 ‘반도체 공동구매’까지 추진한 건 유명한 일화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공급망 관리로 현대차그룹은 경쟁사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2015년 유럽에서 폭스바겐 발 디젤게이트가 터졌을 때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디젤 엔진 차의 배출 가스 데이터를 조작했다가 발각되자 유럽은 더 엄격한 배출 규제를 마련했다. 당시 유럽 기업을 포함한 상당수 완성차 업체들은 까다로운 규제 여파로 신차를 선보이는 데 애를 먹었지면 현대차그룹은 전 차종에 걸친 기술 개발을 통해 유럽의 새 인증에 맞는 신차를 신속히 선보이는 데 성공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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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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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관리는 현대차그룹에 부품을 대는 수천개 협력사를 면밀히 관리해 안정적인 생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상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핵심 부품 개발을 통한 안정적 부품 소싱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부품 내재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배터리다. 전기차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주행거리 등 중요 성능이 배터리에서 좌우된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기술을 직접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배터리를 대량 양산하는건 아니지만 세부 기술을 파악하고 있어야 배터리 회사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전기차에 대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때문에 앞으로 배터리 수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시나리오를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300억원을 들여 서울대에 배터리 연구센터를 지었다. 경기도 의왕에도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건설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중심차(SDV)에서는 공급망 관리의 수직적 통합, 내재화가 강점을 가진다”면서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기술을 다수 확보해야 패키징에서 유리하고 구매 협상력까지 키울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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