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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갓난아이 홀로 두고 화장실 갇힌 아빠… 4시간 사투 끝에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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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화장실에 4시간 넘게 갇혔던 A씨가 문을 부수고 나오려던 흔적.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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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지난 딸을 거실에 홀로 둔 채 화장실에 4시간 넘게 갇혀 있다가 구조된 3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난 18일 화장실 갇힘 사고를 당했다는 A씨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사고 당일 A씨는 어린 딸을 집에서 혼자 돌보고 있었고, 아내는 출근한 상황이었다.

게시글에 따르면, A씨는 갑자기 배가 아파 아이를 잠시 거실에 두고 안방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가 용변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서려는 순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방 화장실은 가끔 이용해 그 안에 별다른 물건들이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처음에는 콧방귀를 끼었다”며 “체육 전공에 운동을 열심히 한 건장한 남성이기에 이것저것 해보고 안 되면 그냥 문 부수고 나가야겠다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고 했다.

A씨는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힘을 써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배수로를 통해 “사람이 갇혔어요. 신고해주세요”라고 소리쳐 보기도 했다. 그가 몇 차례 악을 쓰며 외쳤으나 응답은 없었고, 점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안방 화장실이 좁고 창문도 없어서 숨 쉬는 것도 굉장히 불편했다”며 “방독면 쓴 것처럼 산소가 부족해서 어지러웠다”고 떠올렸다.

40분쯤 흘렀을 무렵 A씨는 화장실 안에 있던 비상벨을 발견하고 눌렀다. 경비실로 연결되는 비상벨이었지만 경비실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후 A씨는 숨 쉴 틈을 만들기 위해 티셔츠를 벗은 뒤 화장실 문 콕 방지용 스토퍼에 옷을 묶었다. 그는 옷과 스토퍼를 같이 잡아당겼고, 살짝 열린 문틈에 변기 솔을 끼워 넣었다. A씨는 그 틈으로 겨우 숨을 쉬었다. 그는 이후 체중을 실어 문을 차 보고, 문틈을 벌려보려고도 했으나 소용은 없었고 4시간을 화장실 안에서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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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4시간 넘게 갇혔던 A씨가 문을 부수고 나오려던 흔적.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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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내가 집 안에 설치된 방범카메라를 확인하면서 구조될 수 있었다. 그는 “집 방범카메라를 자주 확인하던 아내가 아이가 몇 시간 동안 울어도 그냥 놔둘 남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생각해 점심시간에 (집에) 왔다”며 “저는 갇혀 있고 아이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119를 불러서 문을 부수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경비실에선 비상벨이 장난인줄 알고 확인을 안 했다고 한다”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드나드는 화장실이라 ‘설마 갇히겠어? 갇혀도 뭐 문 부수고 나오지’ 하는 너무 안일한 생각, 다들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장실 갈 땐 휴대전화라도 들고 가고, 비상 연장을 구비해두라”고 조언했다.

화장실 갇힘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작년 10월엔 원룸에 사는 한 남성이 화장실에 갇혔다가 화장실 문 가운데를 부수고 탈출했다는 경험담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해 화제가 됐다. 2021년엔 혼자 사는 70대 남성이 안방 화장실에 갇혔다가 구조되는 일이 있었다. 이 남성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지인과 화장실에서 나는 소음 민원을 접수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경찰에 신고한 덕에 구조됐다.

화장실에 갇혔을 땐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 밀폐된 장소에 홀로 갇히면 공포감 때문에 공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들어갈 땐 가급적 휴대폰을 가지고 가거나 금속 옷걸이, 십자드라이버 같은 도구를 안에 미리 비치해 두는 것도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혼자 살 경우 문을 아예 완전히 닫지 않거나 잠그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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