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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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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소주 2병 벌컥벌컥… ‘술타기’ 운전자, 판결 번복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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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경찰이 고속도로 음주운전 및 과태료 단속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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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자, 근처 편의점에 방문해 소주를 사 마신 운전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운전자가 음주 사고를 낸 뒤 소주를 마신 건 경찰이 사고 시점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측정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이른바 ‘술타기’ 수법으로도 불린다.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20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7)씨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작년 6월 영동군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5㎞가량을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다른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사고 직후 피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소주 2병을 구매한 뒤 종이컵에 담아 들이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측정한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77%로 처벌 기준치 0.03%를 훨씬 넘는 수준이었으나, 이는 사고 이후 마신 술로 인해 측정된 것이기 때문에 사고를 낸 당시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결국 A씨는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 수치를 역추산한 결과를 토대로 술을 마시기 전의 A씨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량, 마신 술의 농도,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산출하는 것인데 이번 재판에선 A씨가 소수 2병을 모두 마셨다는 전제로 계산됐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가 제출된 증거에서 종이컵에 소주가 일부 남아있던 점을 포착한 것이다. 이에 소주 2병을 모두 마셨단 전제가 사라졌고, 음주량을 재적용해 계산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태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무려 4회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며 “더군다나 추가로 음주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줬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의 이른바 ‘술타기’ 수법은 최근 가수 김호중이 시도했단 의혹을 받으며 한차례 주목받았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0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경기도의 한 호텔 인근에서 맥주 4캔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사고 뒤 술을 산 이유가 술타기 수법을 위해서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김호중은 구속 기소 당시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고를 낸 직후 현장을 벗어났다가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정 음주 기준 미만으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31%로 추산했으나, 검찰은 이 수치가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지난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 등으로 김호중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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