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2016년, 2024년…두 번 버림받은 바이든, 하필 그 옆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이든 사퇴]

머니투데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단합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날 트럼프를 백악관에 초대해 대통령직에 대한 인수인계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워싱턴DC(미국)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민주당 내 지도부의 강력한 요구가 빗발쳤고, 당 밖 고액 후원자들도 돈줄을 끊겠다며 압박해오자 '백기'를 든 모양새다. 이로써 바이든은 부통령 재임 시절이던 2015년과 현직 대통령인 2024년, 두 번이나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으로부터 버림받은 남자로 남게 됐다.

머니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노예 해방 기념일을 맞아 열린 준틴스 콘서트에 참석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2024.07.22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5년, 대선후보로 힐러리 클린턴 점찍은 버락 오바마

바이든은 오바마 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역임한 뒤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준비를 했다. 현직 부통령이 다음 대선후보로 나서는 일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졌다. 당시 민주당 주류파에서도 바이든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1970년 첫 선거에 도전해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 후 40여년 동안 정치를 해 온 당의 거물이라는 점도 유력 후보 여론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2015년 5월, 아끼던 장남이 뇌종양으로 요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10월21일, 바이든은 아내 질 바이든과 함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2016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언론은 장남을 일찍 잃은 바이든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대선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내린 결론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으로 결정됐고, 그는 트럼프에 석패하며 정권을 내줘야 했다.

머니투데이

2015년 10월21일(현지시간) 바이든 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공식으로 발표했다//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은 2020년 출간한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 당시 대선 출마를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말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남을 먼저 떠나보내며 나는 그 아이의 소원을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고 썼다. 하지만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대선후보) 차례"라며 자신을 말렸다는 것. 2008년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을 때 경쟁자가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후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해 곁에 두었다.

힐러리가 2016년 트럼프에게 석패한 뒤, 바이든은 주변 참모들에게 "내가 나갔으면 이겼을 것"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버트 허 특검의 녹취록에도 바이든이 "대통령(오바마)만 빼고 많은 사람이 나보고 뛰라 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은 결국 2020년 대선에 출마해 트럼프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2024년, 다시금 오바마 '반대' 속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표와 조 바이든 민주당 대표의 미국 대선 투표가 한국 시간 오후 2시부터 시작된 3일 서울 중구 서울역사 내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 2024년 재선에 도전했던 바이든은 대선을 107일 앞두고 꿈을 접었다. 민주당 안팎의 거센 만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버락 오바마의 이름이 거론된다.

중도 사퇴의 '씨앗'은 바이든의 고령 논란이었다. 그는 종종 공식 석상에서 주요 단어나 사람 이름을 바꿔 말해 구설에 올랐다. 실수가 반복되자 건망증이 아니라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민주당은 이같은 공세를 상대(공화당) 진영의 비열한 공격이라고 맞받아치며 버텼다.

하지만 6월 27일 생방송 대선TV토론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바이든은 힘없는 목소리에 토론 내내 말을 더듬으며 스스로 '고령 리스크'를 인증하는 모습을 연출해버린 것. 토론회 이후 트럼프에게 참패했다는 여론이 팽배해졌다. 7월 2일부턴 하원 의원들이 하나둘 공개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머니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에 있는 공군 기지에 도착해 전용기를 내리고 있다. 2024.07.18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야외 유세를 하다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기적적으로 총알이 귀를 스치고 살아나면서 '트럼프 대세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힘없고 유약한 노인 이미지의 바이든에 비해, 총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트럼프가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고 '싸우자(fight)'고 외치는 장면은 미국 시민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인식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바이든과 트럼프 간 지지율 격차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오차범위 내 1~3% 격차를 보이던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5% 넘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는 즉각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로 사퇴를 권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로 컨벤션 효과를 단단히 누리는 동안, 바이든은 코로나19(COVID-19) 재감염으로 델라웨어 자택에서 격리되는 기구한(?) 운명에 놓였다. 별장에 칩거하는 동안 낸시 펠로시 전 상원 대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그의 우군들도 당을 위한 후보직 사퇴를 꾸준히 권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은 당초 자신을 몰아내려는 당내 조직적인 움직임에 분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배후에서 사퇴 캠페인을 조종한다고 생각하고 큰 배신감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을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에게 비유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수십 년 알고 지낸 사람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뒤에서 찌르고 있다"며 "그들이 바이든을 카이사르로 만들었다"고 했다. 절대 권력을 가졌던 카이사르가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가 14명의 원로원 의원들의 칼에 찔려 숨진 것을 언급한 것이다. 카이사르는 쓰러지던 순간 자신이 총애하던 브루투스가 암살자 중 하나란 걸 알고 배신감에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그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별도의 사전 교감 없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성명문을 남기며 대선 레이스 하차를 공식화했다. 그는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머니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발코니에서 열린 독립 기념일 축하 불꽃놀이 행사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보고 있다. 2024.07.05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