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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김민기의 마지막 ‘학전’ 출근…사람들은 아침이슬을 불렀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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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전 ‘학전’ 소극장 앞마당에서 김민기 학전 대표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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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 앞. 넉달여 전까지만 해도 학전 소극장이었던 이곳에 흰 국화꽃과 소주·맥주·막걸리가 잔뜩 놓여져 있었다. 벽에 붙은 노래비 속 김광석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1일 눈감은 김민기 학전 대표에게 바친 꽃과 술이었다.



골목길 맞은편은 온통 까맸다. 가수 박학기·한영애·권진원·박승화(유리상자)·이적·알리, 배우 설경구·장현성·황정민·방은진·오지혜·이정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조문객들이 검은 옷을 입고 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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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전 ‘학전’ 소극장 앞마당에서 김민기 학전 대표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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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차가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졌다. 차에서 내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과거 ‘학전 블루’ 간판 자리 아래 놓였다. 간판은 바뀌었지만, 학전의 역사가 적힌 동판이 영정을 맞아주었다. 고인이 1991년 “못자리 농사를 짓는 곳”이라며 문을 연 이곳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성장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난에다 김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창립 33돌을 맞은 지난 3월15일 끝내 폐관했다.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이 영정 앞에 고개 숙여 묵념을 했다. 이후 유가족들이 영정을 모시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김광석이 생전 1천회 공연을 했고,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등 고인의 자식과도 같은 작품들이 올려졌던 무대다. 영정이 극장을 둘러보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의 눈물인지, 고인의 눈물인지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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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전 ‘학전’ 소극장 앞마당에서 김민기 학전 대표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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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람들이 ‘아침 이슬’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는 울음소리에 곧잘 삼켜졌다. 장현성은 자신도 울면서 눈물범벅이 된 방은진을 끌어안았다. 영정과 유가족은 극장 앞마당에 잠시 머문 뒤 운구차에 올라탔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졌다.



차가 떠난 자리에 진혼곡처럼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졌다. 1971년 김민기 1집 수록곡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가사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라는 본래 노랫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연주를 마치고 연주자도 울었다. 색소폰 연주자 이인권은 “‘지하철 1호선’ 등 학전의 여러 작품에서 연주했다. 김민기 선생님은 제 결혼식 주례도 해주신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떠나는 길에 해드릴 것도 없고 해서 노래라도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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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학전 대표의 발인식이 엄수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 앞에서 색소폰 연주자 이인권이 김민기의 곡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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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차는 천안공원묘원으로 향했다. 이내 비는 그쳤고, 사람들은 흩어졌다. 고인의 뜻을 이어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으로 운영되는 아르코꿈밭극장 앞 ‘지하철 1호선’ 원작 극작가·작곡가 흉상 아래에 작은 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지난 2021년 3월15일 학전 30주년을 기념해 고인이 심은 나무다. 나무 옆에서 그림판 속 작은 아이가 흰 국화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랄 것이고,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위한 공연에 힘썼던 고인의 뜻도 널리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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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3월15일 학전 30주년을 기념해 김민기 학전 대표가 심은 나무. 나무 옆에서 그림판 속 작은 아이가 흰 국화꽃을 내려다 보고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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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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