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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수사팀 “우리가 아귀냐”… 이원석, 사표 검사에 복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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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중앙지검 갈등 계속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조사’에 대한 진상 조사에 반발해 이틀 전(22일) 사표를 제출한 ‘디올 백 수수 의혹’ 수사팀 김경목 부부장검사에게 전화해 “사의(辭意)를 철회하고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부부장검사는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관련 수사팀과 중앙지검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총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전날(23일)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진상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수사에 최대한 지장 없도록 차분하게 진상을 파악해 나가는 것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감찰부는 이 총장이 김 여사 조사에 대한 보고가 늦어진 점, 제3의 장소에서 조사가 진행된 점 등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인 23일 중앙지검 지휘부에 대한 ‘면담 조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부장은 이 지검장에게, 감찰과장 2명은 김 여사 사건 수사 지휘 라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1·4차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진상 파악을 위해서는 면담이 필요하니 찾아가겠다”며 ‘면담 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이 “대검의 진상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든 배경이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23일 오후 대검에 “이미 검찰총장에게 김 여사의 조사 경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대검 감찰부의 추가적인 진상 파악이 진행되면 수사팀 동요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진상 파악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사실상 진상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디올 백 수수 의혹’ 등 김 여사 수사팀은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전해졌다. “수사팀에 대한 모욕이다” “어려운 수사로 고생한 검사들을 권력에 아부하는 ‘아귀(阿貴)’로 만들었다”며 흥분하는 검사들도 있었고, 한 부장검사는 “감찰부 전화를 받으면 바로 사표를 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사표를 제출했던 김경목 부부장검사는 동료들이 사표를 만류하자 “아귀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검사들이 말하는 아귀는 이 총장이 자주 인용하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2022년 9월 취임 때와, 지난 22일 김 여사 조사 관련 대국민 사과 때도 이 말을 썼다.

이 지검장도 중앙지검 간부 회의에서 “수사팀 의견을 들어 장기간 방치된 사건을 책임하에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2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한 상황에서 총장도 설득하고, 김 여사도 설득해 조사를 실행한 것”이라며 “생각이 다르다고 수사팀을 폄훼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와 안전을 배려하는 것이 특혜라면 대통령 부인 경호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어디서 조사하든지 충실히만 조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대검은 갈등 사태를 진화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대검 한 간부는 “대검과 중앙지검이 건건이 충돌하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은 검찰 조직 전체를 봐서도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검찰 구성원은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의 사후 보고 등 지휘 체계를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잘잘못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도 “검찰 지휘부의 갈등이 실시간 중계되는 것은 심각한 일이며, 이 총장이든, 이 지검장이든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지난 22일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사과한 이후, 내부 갈등 상황에 대해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 주변에선 대통령실과 김 여사 측이 수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볼 때 사실 심각한 범죄도 아닌데,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 측이 너무 예민하게 대응해 불똥이 검찰 내부로 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여사 측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만 했어도, 서면 조사나 방문 조사로도 끝낼 수 있었던 일”이라며 “시간만 끌다가 검찰 전체가 위험에 빠진 모습”이라고 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고대 중국 사상가인 한비자가 남긴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자주 인용한다. 2022년 9월 취임할 때도, 최근 김건희 여사 조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의 사후 보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이 말을 인용했다. 이 총장 지시로 감찰부의 진상 조사가 시작되자, 김 여사 수사팀 검사들은 “우리가 권력에 아부하는 아귀(阿貴)란 말이냐”고 반발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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