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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사람 이름을 딴 단 하나의 중국 도시, 그 사람은 바로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가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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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만리,성시인문(縱橫萬里-城市人文) ⑬] 쑨원(孫文)의 고향 : 광둥(廣東) 중산시(中山市) (글 :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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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리(萬里)'였다. 만리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중국에는 약 700개의 도시가 있으며, 인구 수백만 규모의 중대형 도시인 지급시(地級市)만도 300개 가까이 된다. 전체 700개 도시 중 사람의 이름을 딴 도시는 광둥성의 중산시(中山市)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워싱턴(Washington DC), 댈러스(Dallas), 덴버(Denver), 시애틀(Seattle), 피츠버그(Pittsburgh), 휴스턴(Houston)이나 캐나다의 밴쿠버(Vancouver),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그리스의 아테네(Athens), 튀르키예의 이스탄불(Istanbul) 등 여러 도시의 명칭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도시명을 비롯해 기관명, 단체명, 직위명 등 명칭에 대해 엄격히 통제한다. 중산(中山)시의 명칭은 쑨원(孫文)으로부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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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시 전경.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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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중산(孫中山)은 쑨원(孫文)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에게는 그의 한자 발음인 손문이나 중국어 발음인 쑨원이 익숙하지만, 중국인들은 쑨중산(孫中山)이 더 익숙하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도 쑨중산(孫中山)으로 등장하며, 마오쩌둥(毛澤東) 보다 앞에 언급된다. 바이두(百度) 등 여러 백과사전이나 문헌에도 쑨중산으로 표기된다. 쑨원처럼 여러 이름을 가진 정치인도 드물다. 자(字), 명(名), 호(號)까지 하면 무려 30개 정도나 되는데, 이는 혁명을 주도하면서 가명을 많이 사용하였고, 중국어 표준어 발음과 다른 광둥어를 쓰는 지역 태생이며,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쑨원이 태어나자마자 받은 이름은 황제의 상이라 하여 띠샹(帝象)이었다. 어린 시절 이름은 더밍(德明)이었는데, 집안 항렬의 돌림 자인 더(德)를 쓰면서 고전인 대학(大學)의 '재명덕(在明德)' 구절에서 가져왔다고 알려진다. 정식 이름인 원(文)은 문왕(文王)에게서 따왔다거나, 자(字)로 쓰는 자이쯔(載之)와 함께 문이재도(文以載道)에서 가져왔다고도 한다. 영어로는 Sun Yat-sen(쑨얏센)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역시 대학의 '우일신(又日新)' 구절에서 가져와 호로 쓰던 르신(日新)과 이센(逸仙)의 광둥어 발음에서 연유되었다.

광저우에 있는 중국 명문대학 중 하나인 중산대학(中山大學)의 영어명은 Sun Yat-sen University이다. 중산(中山)은 쑨원이 일본에서 활동할 때 '중국의 나무꾼'이란 뜻으로 일본식 성(姓)인 나까야마(中山)를 넣어 '중산챠오(中山樵)'라는 이름을 썼는데, 이것이 역으로 중국에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쑨중산(孫中山)으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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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대원수부(大元帅府).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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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원 고거(故居)와 추이헝춘(翠亨村).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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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시는 옛날에는 샹산(香山)으로 불렸다. 꽃과 풀들이 많아 신선이 노닐던 땅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925년 쑨원이 사망하자 광저우(廣州)의 중화민국(中華民國) 대원수부(大元帥府)는 그를 기려 그가 태어난 당시의 샹산현(香山縣)을 중산현(中山縣)으로 개명하였다. 신중국 건립과 개혁개방 이후인 1983년 중국 정부는 중산현을 중산시(中山市)로 승격하였다.

중산시 명칭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그만큼 쑨원이 중국 정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동시에 쑨원은 그의 고향인 중산시 시민들에게 큰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시내 곳곳에는 그의 이름이 들어간 지명이나 간판들이 눈에 띈다. 중산공원(中山公園), 중산온천(中山溫泉), 중산수변유원지(中山嶺南水鄕), 중산영화관(中山影視城), 쑨원서로(孫文西路) 등등 끝이 없다.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고택(故宅) 일대는 중국 최고 수준의 5A급 관광지이다. 그 일대의 마을 추이헝춘(翠亨村)은 명나라 때부터 형성된 지역으로 2012년 중국 정부가 최초로 지정한 중국전통마을(中國傳統村落)이다.

중산시는 중국에서는 드물게 하급 정부 조직이 없다. 즉, 구(區)가 없는 특이한 직할 형태로 운영된다. 중산시는 광둥성 중남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과거 포산시(佛山市)로부터 분리되어 시로 독립했다. 북쪽으로는 광저우와 포산시가, 남쪽으로는 주강(珠江) 하구를 통해 바다 건너 선전과 홍콩이 내다보인다. 홍콩과의 거리는 52해리이다. 중산시 인구는 443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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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원과 부인 쑹칭링.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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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원은 중산에서 태어난 후 12세에 모친을 따라 하와이에 5년 거주하였고 홍콩과 마카오에서 서양식 교육을 받았다. 전공한 의학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하와이에서 흥중회(興中會)를 결성하고 광둥에서 여러 차례 혁명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였다.

신해혁명의 성공으로 중화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1912년 1월 중화민국이 설립되면서 쑨원이 임시 대총통에 취임하였다. 그가 평생 추구한 사상은 '천하위공(天下爲公)'이다. 오래전 공자(孔子)가 내놓은 '세상이 누구 하나의 소유가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사고가 쑨원 대에 와서 체제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쑨원은 60세가 안 된 1925년 3월 베이징에서 생을 마감하여 난징(南京)에 안치되었고, 황제 아닌 이의 묘로는 이례적으로 릉(陵) 자를 붙여 '중산링(中山陵)'으로 불리고 있다. 광저우에 중산기념당(中山紀念堂)이 1931년 설립된 외에 홍콩, 마카오, 타이완,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쑨원을 기리는 기념 공원 등이 설치되어 있다. 바이두에 따르면, '중산공원(中山公園)'의 이름을 가진 공원은 중국 국내에 51개를 포함해 전 세계에 75개나 되어 공원 이름 중에는 가장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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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00주년을 맞은 황푸군관학교 입구와 내부.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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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원은 내년 3월이면 서거 100주년을 맞는다. 그는 우리 독립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을 도운 공로로 1968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받기도 했다. 우리에게 알려진 황푸군관학교(黃埔軍官學校, Whampoa Military Academy)의 설립자가 쑨원이다. 위안스카이(袁世凱)에게 총통직을 내주었던 쑨원이 진정한 통일 민주국가 건설을 위해 광둥으로 복귀한 후 강한 군대 양성을 위한 서양식 군사학교를 창설한 것이다.

1924년 6월 설립된 황푸군관학교는 지난달 창설 100주년을 맞았다. 국공합작 성립과 소련의 지원이 배경이 되었고, 장제스(蔣介石)가 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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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군관학교 제6기생 김근제, 안태 묘비. 사진 제공 : 강정애 박사, "황푸군관학교" - Livingwave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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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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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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