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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라파흐 민간인 사망자 없다” 네타냐후 미 의회 연설에 언론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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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설을 하는 미국 워싱턴 의회 근처에서 반전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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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9개월 넘게 진행 중인 가자 전쟁과 관련해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할 때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패배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피해 상황과 관련해서는 “민간인 피해자는 실질적으로 없다”고 주장했고, “가자지구의 기근 문제는 하마스가 인도 지원 물품을 훔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는 등 왜곡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① “현지 군 지휘관에게 물어보니 (라파흐 민간인 사망자는) ‘실질적으로는 없다’고 하더라.”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가자 최남단 도시로 피란민이 몰려 있는 라파흐를 방문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폭탄 파편이 하마스의 무기고를 타격해 10여명을 의도치 않게 사망케 한 예외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 5월26일 발생한 난민 캠프 화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 화재로 최소 45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여성은 최소 12명, 어린이는 8명, 노인은 3명이었다. 이 사건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 공습이 “비극적 실수”였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틀 뒤인 28일에도 알 마와시 난민 텐트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두 차례 공격으로 최소 29명이 사망했다. 탈 알술탄 난민 캠프에 대한 공격으로 최소 8명이 사망, 이후 알 마와시 캠프에서 21명이 숨졌는데, 특히 이 가운데는 여성이 최소 13명 포함됐다. 뉴욕타임스 등이 입수한 현장 영상을 보면 주검들은 헝겊으로 덮인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5월7일 라파흐 지상전을 시작했고, 그 이후 현지에서 끊임없이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것을 전세계가 목격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그런 말을 들었을 수 있지만, 주장 자체는 검증 가능한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② “국제형사재판소는 이스라엘이 가자인을 고의로 굶겼다고 하는데, 이는 완전한 거짓이다. 우리는 가자에 구호 트럭 4만대 이상, 곧 식량 50만톤 이상을 들어가게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반인도 범죄로서의 살해와 절멸’, ‘민간인들에 대한 고의적 공격 지시’, ‘전쟁 수행 수단으로서 민간인 기아 유발’ 등의 이유로 자신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을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그가 근거로 언급한 가자지구 진입 구호 트럭의 수는 유엔의 공식 통계와 다르다. 영국 가디언은 유엔을 인용해 전쟁 시작 이래 구호 트럭 2만8018대가 가자에 진입했다고 밝혔으며, 라파흐 지상 공격이 시작된 지난 5월 이후에는 국경을 통한 구호품 공급이 사실상 막혔다는 것은 국제국호단체들의 설명이다. 5월 이후엔 남부 케렘 살롬과 북부 에레즈 국경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간 트럭은 2835대로 집계됐다.



실제 트럭이 가자 국경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구호품이 주민에게 전달됐는지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과 유엔이 구호품 전달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다면서 일단 물품이 가자에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양이 실제 주민에게 전달됐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달 중순 엔피아르(NPR) 방송은 가자 국경에 밀가루 자루와 과일과 채소 박스 등 식량이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을 현장 사진과 함께 보도한 바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등은 가자 지구가 기근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으며, 국경없는의사회 등 구호단체 11곳은 지난 15일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의 ‘포위 작전’으로 구호단체 차량 통행이 완전히 멈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③ “이란은 미국에서의 반이스라엘 시위를 조장하고 돈을 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이란 정부와 연계된 이들이 온라인에서 활동가로 위장해 시위를 부추기고 시위대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걸 목격했다”고 한 말을 선택적으로 생략 인용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하마스 뒤에 이란이 있고 이란의 주적은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헤인즈 국장은 해당 발언 뒤 “시위에 참여하는 미국인이 선의에 의해 분쟁에 대한 자기 견해를 표현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말하고 싶다”며 이란의 구체적 영향력 행사 범위나 자금 지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시위대 전체가 이란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표적이 된 미국인 당사자의 경우, 자신이 이란 행위자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발언에 대해 “구체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 중 휴전을 촉구하며 의회 밖에 모인 시위대를 “이란의 유용한 바보들”로 부르며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을 강조하고 반이란 전선을 부각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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