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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유일한 구기 종목 자존심 살린 여자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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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독일에 23대22 재역전승

25일(현지 시각) 한국과 독일의 파리 올림픽 여자 핸드볼 A조 1차전 경기가 열린 사우스 파리 아레나 핸드볼 경기장. 관중석 6000석이 가득 찼지만 정작 한국과 독일 관중은 소수였다. 프랑스 홈 관중이 많았고, 같은 날 경기가 있었던 브라질과 스페인 관중이 나머지 대부분이었다. 한국-독일 후반전 초반까지만 해도 경기보다는 올림픽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15분여를 남겨두고 14-18, 4점 차로 뒤지자 한국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렀다. 그는 공격 때 골키퍼 대신 필드 플레이어를 한 명 더 넣는 ‘엠프티 골(empty goal)’ 전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이 한 골씩 따라붙기 시작하자 경기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어느덧 관중은 일제히 한국을 응원하고 있었다.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고, 실점할 때는 탄식이 나왔다. 19-19 동점을 만들었을 때, 20-19 역전 골이 터졌을 때, 23-21 사실상 승패가 갈렸을 때 경기장은 세계 각국 관중이 외치는 “코리아” 소리로 가득 찼다. 한국은 23대22로 승리했다.

여자 핸드볼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의 유일한 구기 종목이다. 한국은 작년 세계선수권 22위로 올림픽 참가 팀 중 순위가 가장 낮았다. 1승도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당당히 세계선수권 6위를 차지한 강호 독일을 잡아내 저력을 과시했다. 평균 신장 172.9cm(한국)-177.6cm(독일) 체격 차이를 기동력과 수비 집중력으로 극복해 냈다. 이 경기가 양궁 랭킹 라운드(예선전)를 제외하곤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경기였는데,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완벽한 출발을 알렸다.

대표팀 유일한 해외파이자 맏언니 류은희(34·헝가리 교리)와 올해 국내 핸드볼 H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최우수 선수) 강경민(28·SK)이 나란히 6골씩으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강경민은 “대한민국의 첫 경기에서 우리가 스타트를 잘 끊어서 기분이 좋다”며 “여자 핸드볼 경기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유일한 구기 종목이라고 해서 부담도 많았다. 오늘 이 순간은 금메달을 딴 것처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이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인 류은희는 “그동안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 다 있었는데 오늘 승리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세계선수권 11위)와 2차전을 치른다. 같은 조 노르웨이(2위), 덴마크(3위), 스웨덴(4위)과 전력 차가 워낙 커서 목표로 삼은 두 대회 연속 8강에 오르려면 그나마 해볼 만한 슬로베니아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A조 6팀 중 4팀이 8강에 진출한다. 시그넬 감독은 “오늘 승리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슬로베니아에 열세다. 낮은 자세로 우리가 오늘 해낸 힘든 길을 다시 가야 한다”며 “슬로베니아도 1차전에서 패배해 강하게 나올 것이다. 전쟁 같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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