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독일에 23대22 재역전승
경기 종료 15분여를 남겨두고 14-18, 4점 차로 뒤지자 한국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렀다. 그는 공격 때 골키퍼 대신 필드 플레이어를 한 명 더 넣는 ‘엠프티 골(empty goal)’ 전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이 한 골씩 따라붙기 시작하자 경기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어느덧 관중은 일제히 한국을 응원하고 있었다.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고, 실점할 때는 탄식이 나왔다. 19-19 동점을 만들었을 때, 20-19 역전 골이 터졌을 때, 23-21 사실상 승패가 갈렸을 때 경기장은 세계 각국 관중이 외치는 “코리아” 소리로 가득 찼다. 한국은 23대22로 승리했다.
여자 핸드볼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의 유일한 구기 종목이다. 한국은 작년 세계선수권 22위로 올림픽 참가 팀 중 순위가 가장 낮았다. 1승도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당당히 세계선수권 6위를 차지한 강호 독일을 잡아내 저력을 과시했다. 평균 신장 172.9cm(한국)-177.6cm(독일) 체격 차이를 기동력과 수비 집중력으로 극복해 냈다. 이 경기가 양궁 랭킹 라운드(예선전)를 제외하곤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경기였는데,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완벽한 출발을 알렸다.
대표팀 유일한 해외파이자 맏언니 류은희(34·헝가리 교리)와 올해 국내 핸드볼 H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최우수 선수) 강경민(28·SK)이 나란히 6골씩으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강경민은 “대한민국의 첫 경기에서 우리가 스타트를 잘 끊어서 기분이 좋다”며 “여자 핸드볼 경기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유일한 구기 종목이라고 해서 부담도 많았다. 오늘 이 순간은 금메달을 딴 것처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이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인 류은희는 “그동안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 다 있었는데 오늘 승리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세계선수권 11위)와 2차전을 치른다. 같은 조 노르웨이(2위), 덴마크(3위), 스웨덴(4위)과 전력 차가 워낙 커서 목표로 삼은 두 대회 연속 8강에 오르려면 그나마 해볼 만한 슬로베니아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A조 6팀 중 4팀이 8강에 진출한다. 시그넬 감독은 “오늘 승리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슬로베니아에 열세다. 낮은 자세로 우리가 오늘 해낸 힘든 길을 다시 가야 한다”며 “슬로베니아도 1차전에서 패배해 강하게 나올 것이다. 전쟁 같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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