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감소 우려한 학교 측이 공학으로 바꾸는 案 논의하자 총학 등 200명 강경 시위 나서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대학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바닥에 깔아둔 채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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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가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총학생회 등이 본관을 점거하고 전 이사장 흉상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측은 정상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대부분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상태다. 성신여대에서도 ‘남자 유학생 입학’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여대의 남녀공학화를 둘러싼 갈등이 번지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 학생회, 학내 페미니즘 동아리 ‘사이렌’은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녀공학 전환 강경 대응을 위한 총력대응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본관 앞에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쓴 학생 약 200명이 ‘공학 전환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본관 앞엔 학생들이 항의의 뜻으로 전시한 학과 점퍼 수백 개가 놓였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동덕여대는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이라는 창학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다”며 “학교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유로 설립 이념을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 측에 ‘공학 전면 철회’ ‘총장 직선제 추진’을 요구했다. ‘남성 외국인 유학생 제도 축소·폐지 협의’ 등을 요구했다. 학교가 이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본관 건물 점거, 수업 전면 거부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시위는 최근 대학 발전 계획 회의에서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의 남녀공학 전환이 논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학교 측은 공학 전환에 대해 전체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거치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학생들은 붉은색 스프레이로 학교 건물 내·외벽과 바닥에 ‘공학 전환, 입시 사기’ 등 문구를 도배하고, ‘여자들이 만만하냐’ 등이 적힌 근조 화환 10여 개를 학내에 설치했다. 고(故) 조용각 전 동덕학원 이사장 흉상에 달걀, 떡볶이, 밀가루 등을 투척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전날 야구 배트와 소화기 등으로 총장실 문을 부수려고 시도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여러분, 선생님 되시고, 나중에 아기 낳고 육아하실 텐데”라고 시위와 관련 없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계에선 근래 보기 드문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 방식에 놀란 분위기다. 시위가 격화하며 학교 행정이 마비되는 수준에 이르자 학교 측은 대부분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 대학에서 이와 같은 폭력 사태가 발생해 비통하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동덕여대를 포함해 4년제 여대가 국내에 7곳밖에 남지 않은 만큼 ‘여성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서 정체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학생 입학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도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다. 2018년 이 학교 대학원에 교육받으러 온 20대 남성이 여자 화장실 앞에서 알몸으로 음란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12일 성신여대에서도 내년 신설되는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을 받는 데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여대 존립 이유를 해치는 외국인 남학생 수용을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내고, 학과 점퍼를 학교 본관 앞에 늘어놓는 시위를 진행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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