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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美 정치 확 바꾼 트럼프...대선 압승이 들춰낸 세 가지 진실 [송의달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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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J.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신기록(新記錄)의 정치인’이다. 2016년 대선 때까지 70년 생애 동안 단 한 번의 선출직 선거 출마도, 공직도 맡지 않았던 그는 올해 11월 5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압승(壓勝)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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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멜라니아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이 옆에 서 있는 가운데 2024 대선 승리 연설(Victory Speech)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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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이달 현재 78세인 그는 미합중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자 겸 132년 만에 징검다리 대통령(재선 실패후 재도전해 당선)이 됐다. 트럼프는 19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84년 만에 3번 연속(2016년·20년·24년) 대통령 후보 지명자라는 신기록도 추가했다.

◇입법·행정·사법부에 지방까지 싹쓸이

2024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에게 몰표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7개 경합주와 전국 득표율, 연방 상원 및 하원의원 선거, 주(州) 지사, 주 의회 선거까지 싹쓸이했다. 공화당 후보의 전국 득표율 과반 획득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18세~29세 남성과 여성들의 트럼프 지지가 4년 전 보다 15%포인트, 7% 포인트 각각 높아져 공화당과 트럼피즘의 향후 가도(街道)에도 파란 불이 켜졌다. 올해 대선에서 남성들과 히스패닉 남성들의 2020년 대선 대비 트럼프 지지율 상승폭은 12%포인트, 9%포인트에 달했다. 트럼프 지지 증가는 65세 이상과 백인 대졸 여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종·연령 그룹과 모든 지역에서 공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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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3일(한국 시간)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방 상원 하원 의원 선거 결과. 모두 트럼프가 이끄는 공화당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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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에선 65세 이상 고령자와 백인 대졸 여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종·연령 그룹과 모든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가 4년 전 보다 늘었다.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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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다양성(diversity)·평등(equity)·포용(inclusiveness)을 내걸고 성(性) 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민주당의 진보 노선 보다 가족· 종교·치안을 우선시하는 공화당의 보수 노선이 더 많은 공감을 얻은 결과다. 연방대법원도 9명의 대법관 판사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사실상 공화당 편이다.

◇①새로운 미국 등장과 새로운 세계 개막

트럼프가 백악관과 입법·사법부, 지방 정부·의회를 망라한 총체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은,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에 기초한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이 미국 국민들의 전면적인 승인(national endorsement)을 받았음을 확인해준다.

2016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일탈(逸脫·aberration)에 가까웠다면, 2024 대선은 새로운 미국의 등장과 새로운 국제정치 세계의 출현을 알리는 변곡점(變曲點)이 됐다. 미국의 향방을 결정짓는 ‘국가 비전’을 놓고 벌인 대결에서 설득력있는 대안(代案)을 내놓지 못한 해리스 후보가 패하고 트럼프의 ‘매가 어젠다’가 국민적 공인(公認)을 받으며 압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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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2024 대선의 핵심 승부처였던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카멀라 해리스(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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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즘이 미국의 새로운 대세(大勢)가 됐음을 보여주는 증표는 여럿이다. 2024년 4월 1~7일 미국 성인 3,600명을 대상으로 한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조사에서 “미국 정부가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83%)은 “대외 문제에 더 집중”(17%)을 압도했다. 응답자의 42%는 “다른 나라들이 국제질서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게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이는 미국의 국제 문제 개입 축소를 주창하는 트럼프의 약속과 일맥상통한다.

불법이민자(undocumented immigrants)와 고율(高率) 관세 부과 문제도 마찬가지다. 2024년 7월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의 55%는 “이민 유입이 줄어들길 원한다”고 답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사건 후 가장 높은 반(反)이민 여론이다.

◇트럼프 어젠다가 민주당 정책까지 바꾸어

미국 성인 6251명을 상대로 한 2024년 3~4월 조사에선 민주당원의 42%가 “불법이민자에 대한 대량 추방(mass deportation)을 지지한다”고 했다. 반(反)트럼프 진영 국민들 10명 가운데 4명 넘게 트럼프 정책에 동조한다는 조사 결과는 바닥 민심의 변화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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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선 기간 중에 사상 최악의 반(反)트럼프 성향을 노골적으로 보인 미국 주류 엘리트 미디어들. 이 가운데 중도 성향의 폭스뉴스를 제외한 모든 신문방송 매체는 해리스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편파 보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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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내놓은 10~20% 보편적 기본관세 신설 공약에 대해서도, 미국 성인 상당수는 “한번 해 보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올해 9월 로이터통신과 입소스(Ipsos)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보편적 기본관세 적용에 찬성하는 미국인 비율(56%)이 반대자(41%)보다 많았다.

트럼프의 대(對)중국 봉쇄·견제 정책과 세계무역기구(WTO) 무력화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에 그대로 승계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023년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자유 무역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는 불가피하다”면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a new Washington consensus)’의 도래를 선언했다. 이런 모습은 트럼프의 어젠다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정책까지 재정의(再定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②공인의식으로 무장한 애국자 트럼프

미국 정치와 세계사의 획(劃)을 그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의 진면목(眞面目)도 이번 대선을 통해 확인됐다. 2017년 1월 처음 대통령 취임 당시 약 6조 원(45억 달러) 넘는 재산을 보유했던 그는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해 30대 후반에 평생 먹고도 남을 만한 재산을 모았다. 대통령 취임 전에 호텔, 골프장, 고급 주거시설, 카지노, 대학, 자전거 경주대회, 미인대회, 항공기, 와인, 넥타이, 스테이크, 생수병, 시계를 포함한 500개가 넘는 ‘트럼프(TRUMP)’ 브랜드를 보유해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는 바쁜 30대 비즈니스맨 시절에도 하루 평균 2~3시간씩 책과 신문과 저널 등을 읽으면서 미국과 세계 흐름을 탐구했다. 41세 때인 1987년 9만 4800달러의 개인 비용을 들여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 미국 3대 일간지 9월 2일자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 광고를 실었다.

자신의 향락과 일가(一家)의 존속·번영만 좇는 부자라면 이런 행동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 무렵부터 자신과 가족을 넘어 사회·국가로 관심을 확장해 공인(公人)의식과 애국심(愛國心)으로 무장했다. 그는 특히 외국 보다 미국의 중산층·서민·노동자 등 동포들의 피폐해진 삶 개선에 집중해 왔다. 2000년 <The America We Deserve>를 시작으로 2011년 <Time To Get Tough: Making America #1 Again>, 2015년 <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까지 그가 낸 3권의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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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지금까지 19권의 저서를 냈다. 이 가운데 3권에서 자신의 정치 활동 이유와 목적, 미국과 세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왼쪽부터 책들의 발행 연도는 2000년, 2011년, 20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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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신의 정계 입문 이유를 밝히는 ‘출사표(出師表)’이자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 ‘약속 목록’이다. 그는 여기서 미국의 현주소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미국의 부흥(復興) 및 아메리칸 드림 부활을 위한 방법론을 개진했다. 2015년 6월 16일 뉴욕 트럼프타워의 화려한 황금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와 1시간 동안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 연설을 한 그의 이후 행적과 정책은 책 내용과 일치한다.

◇‘자기 언어’로 쓴 3권의 출사표 대로 정치 활동

그는 왜 자신이 정치를 하려 하는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목적과 가치관(價値觀)을 ‘자신의 언어’로 적었다. 전 세계 유력 정치인 가운데 정치 투신에 앞서 육성(肉聲) 단행본을 세 권 낸 이는 거의 없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는 미국 국민과 역사 앞에 양심적이고 진지한 인물이다. 그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자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미국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대통령은 세상의 모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장담한다. 올바른 대통령이 있으면 미국은 강해질 수 있고, 더 나아질 것이며, 이전보다 훨씬 성공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큰 거래가 성사되도록 만드는 유능한 협상가이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해 국민에게 이득(利得)이 되는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최고위 협상가이다. 누가 협상하느냐 혹은 누가 협상을 중개하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는 달라진다.”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 12~13, 251쪽)

80세 가까운 고령이지만 그는 유연하게 변신한다. 선거 막바지인 올해 10월에만 8번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했다. 팟캐스트의 주 이용자는 청년과 라틴계 남성들이다. 그는 선거 광고도 유튜브를 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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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유세 기간 중에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사진은 트럼프 캠프가 작성해 유튜브에 올린 광고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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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도박 않고 유연하게 혁신하는 삶

지난달 25일 트럼프는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가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The Joe Rogan Experience)’에 출연했다. 그는 이날 진행자 로건과 3시간여 동안 비속어를 섞어가며 해리스 민주당 후보, 2020년 대통령 선거, 불법이민자 문제, 격투기(UFC),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UFO 같은 주제를 편안하고 화기애애하게, 때로는 상대방 주장을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얘기했다.

무(無)편집·무삭제로 방영된 이날 인터뷰는 유튜브에서 이틀 만에 350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45만 6000여개 붙었다. 이는 최근 10년 만에 미국 팟캐스트 최다(最多) 시청기록이었다

대통령 재임동안 동안 40만 달러(약 5억원)의 연봉을 받지 않고 전액 기부한 그는 평생 술·담배·도박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비전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私) 보다 공(公)을 앞세우며 승리를 위해 끊임없는 혁신하는 트럼프의 모습은 한국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들에게 ‘귀감(龜鑑)’이 된다. 그는 이달 6일 새벽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가진 대선 승리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매 호흡 때 마다 미국 국민들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우리의 자녀들과 여러분들이 가질 자격이 있는, 강하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국을 이룰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누려야 하는 미국의 황금시대일 것이다.(Every single day I will be fighting for you with every breath in my body, I will not rest until we have delivered the strong, safe and prosperous America that our children deserve and that you deserve. This will truly be the golden age of America, that’s what we have to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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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전폭 지원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선 승리를 확정지은 후인 2024년 11월 6일 오후 소셜미디어 X에 '공화당의 거대한 승리(massive red wave)' 소식을 알리며 올린 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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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한국에 ‘메가톤급 충격’ 될 트럼프 2기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은 한국에 메가톤급 충격으로 다가올 공산이 매우 높다. 트럼프 2기의 미국은 한국이 익숙했던 ‘호의적인 국제주의(benign internationalism)’와의 결별(訣別), 그리고 높은 관세 장벽과 값비싼 방위비로 둘러싸인 ‘성채(城砦) 미국(Fortress America)’의 등장을 뜻한다.

트럼프가 해외 주둔 미군 철수 등을 외치는 비(非)개입주의 성향의 폭스뉴스 TV 진행자인 피트 헤그세스(44)를 국방장관에 발탁한 것부터 향후 불어닥칠 변화의 폭과 깊이를 시사한다. 한국 증시는 트럼프 당선후 연일 속락(續落)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은 최근 70~80년 동안 세계 정치·군사·안보·통상에서 미국이 맡아온 경찰관 겸 산타클로스 역할을 내려놓고, 얼마나 많이 미국에 기여하고 도움 되느냐에 따라 외국과의 관계 강도(强度)와 친밀성을 전면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거래적 계산’의 대상에는 오래 된 동맹도 예외가 아니다.

1954년 11월 발효한 한미(韓美)상호방위 조약으로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이 된 미국의 이런 전환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한국이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 중진국을 거쳐 외형상 선진국으로까지 부상(浮上)하는데 결정적 원군(援軍)이던 미국의 선의(善意)가 크게 약화 또는 사라지고 있어서다. 미국이 스스로 세계 질서의 판과 규칙을 완전히 바꾸는 것도 한국에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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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상호방위조약문이 실린 한미상호방위조약집. /대한민국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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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고 더 속도감있는 ‘뉴 매가’ 태풍

한국은 트럼프 1기 4년 동안 세 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27차례의 연서(戀書) 같은 사신(私信) 교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위협,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같은 ‘트럼프발(發) 격랑’의 일부를 겪었다. 그러나 이는 예고편이자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트럼프 2기에선 몇 배 이상 강력한 예상 못한 일들로 정부와 기업들이 당혹해스러워 할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2기는 1기의 기조 위에서 더 세고, 더 강하고, 더 속도감있게 업그레이드된 ‘뉴 매가(New MAGA)’ 태풍을 전 세계로 휘몰아칠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합리적 국제주의자들을 배제하고 ‘매가’ 이념을 추종하는 40~50대 골수 충성파들을 장관과 백악관 고위직으로 전면 배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2기 정부가 내놓는 정책과 행동, 상상력의 범위는 1기 수준을 확실히 초월할 수 있다.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인식과 대비로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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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에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지낸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가 써서 2024년 7월 발간한 책의 앞면 표지. /Amazon


◇리더들 오판해 ‘초보 수준’ 된 트럼프 인식

한국의 전문가, 언론, 각계 리더들은 2024년 대선 본투표일(11월 5일)까지 미국 주류 엘리트 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맹신(盲信)해 초박빙 접전 개표 결과를 예상했다. 일부 국내 인사들은 해리스 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예상하며, 응원까지 했다.

리더들의 오판(誤判)으로 인해 한국 사회 전체의 트럼프에 대한 인식이 초보 수준에 머물고 트럼트 대응은 느슨해졌다. 타이밍까지 놓친데 대해 당사자들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트럼프 개인과 트럼프 2기, 미국 정치사회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깊은 연구·분석을 바탕으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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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에 세계 정치의 핵심은 미중 대결 2라운드이다. 도널드 트럼프 부부와 시진핑 부부가 나란히 서서 사진 찍고 있다.(왼쪽) 오른쪽은사진은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막역한 친구인 뉴트 깅리치 전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2019년에 발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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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달라진 인식의 출발점은 세계 정치 지형(地形) 변화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파악이다. 트럼프 2기는 미·중 신냉전 속에서 한국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선택을 요구할 태세다. 트럼프 본인과 핵심 참모들은 자유민주 국제진영에 맞서는 권위주의 국제진영의 수괴(首魁)인 중국을 실존적인 최대 위협 국가로 지목하고 미국 건국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몇 배 높은 경각심·집중력으로 대응해야

트럼프는 아부성 발언과 덕담(德談) 그리고 동반 골프 라운딩 몇 번 한다고 해서 금새 마음을 열고 ‘오케이’를 외치는 허술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를 우리 편으로 만들려면 한미 양국에 대한 깊은 애국심을 바탕으로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과 성의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열쇠는 한미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어젠다 제시 같은 알맹이 있는 내실(內實)로 트럼프를 감동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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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은 2024년 초부터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대비해 발빠르게 물밑 작업을 벌였다. 2024년 4월 하순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를 찾아간 아소 다로(84)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로부터 백악관 열쇠를 선물로 받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트루스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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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한국의 관료·학자·정책 전문가 등은 상상력과 가용 인력·자원,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트럼프 2기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와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예상 못한 사태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주요 정부 부처, 미국 사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트럼프 대응 태스크포스(TF)’나 ‘미국 대응팀’ 운용을 검토해 볼만하다.

트럼프 2기를 한국에 ‘위기’ 아닌 ‘기회’로 만들려면 4~8년 전보다 몇배 높은 경각심과 집중력으로 임해야 한다. 트럼프의 새로운 4년이 대한민국에 재앙과 축복 중 어느 쪽이 될 것이냐는 온전히 우리 정부와 기업, 학계, 언론 등이 얼마나 합심해 지혜를 모아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한 자료

Donald J. Trump,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2017) (원제 : <Time to Get Tough>(2011), “Donald Trump’s Victory Speech in Full: Transcript” Newsweek(November 6, 2024), Peter Navarro, <The New MAGA Deal>(2024), 송의달, <신의 개입-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2024)

“The Trumpification of American policy” Economist(October 12,2024), Matthew Schmitz, “Win or Lose, Trump Has Already Won” New York Times(November 4, 2024), Francis Fukuyama, “What Trump unleashed means for America” Financial Times(November 8, 2024), Gideon Rachman, “Trump and the lure of strongman leadership” Financial Times(November 6, 2024)

“Welcome to Trump’s world: His sweeping victory will shake up everything” Economist (November 6, 2024), “[News Analysis] ‘Trump’s America’: Comeback Victory Signals a Different Kind of Country” New York Times(November 6, 2024), Peter Feaver, “How Trump Will Change the World” Foreign Affairs(November 6, 2024)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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