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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골키퍼 뺀 ‘빈 골문 전술’… 역전 이끈 닥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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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핸드볼 첫승 비결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은 독일과 벌인 올림픽 조별 리그 A조 1차전에서 14-18로 뒤지던 경기 종료 약 15분 전 골키퍼를 빼고 필드 선수를 6명에서 7명으로 늘리는 강수를 뒀다. 이후 격차를 좁히더니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골키퍼가 없다는 건 얼핏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핸드볼에선 문제가 없다. 원래는 골키퍼가 필수로 있어야 했지만 2016년 국제 핸드볼 규칙이 개정됐다. 골키퍼와 필드 선수 교체가 가능해졌다. 감독 전술 운용 폭을 넓히고 경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한 개정이었다. 이후 유럽 등에서 다양한 전술 시도가 이뤄졌고, 골키퍼를 잠시 비우는 이 같은 전략은 ‘엠프티 골(empty goal·빈 골문) 전술’ ‘7-6 전술’로 불렸다. ‘수적 우위’라는 변수를 추가해 경기를 더 다채롭게 만들려는 시도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필드 선수 수가 동일해 1대1 경합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체격 조건이 좋은 서구권 팀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상대 경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선수를 1명 추가하면 6대6 상황에 맞춰 전술을 들고나온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물론 역습에 취약하다. 특히 상대 골키퍼가 선방을 하고 바로 공격으로 연결할 때 추가 실점하는 경우가 잦다. 후방이 없다는 걸 아는 공격자들이 역습을 막으려 무리한 반칙을 범하다 퇴장당하는 일도 있다.

감독 입장에서 엠프티 골 작전은 도박으로 통한다. 시그넬 감독은 이날 승부수를 던지며 선수들에게 “침착해라. 아직 시간이 많다”고 독려했다고 한다. 핸드볼에 앞서 아이스하키가 골리를 빼고 공격수를 넣는 ‘엠프티 넷(empty net)’ 작전을 들여온 바 있다. 축구에서도 단순히 선방만 하는 게 아니라 전진해 빌드업(공격)에 가담하는 골키퍼가 점점 선호되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감독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선수들 컨디션을 잘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수적 우위 전략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해진 시대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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