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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더 한장]카스트로만 즐거웠던 혁명의 끝...어민은 어선 대신 스티로폼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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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쿠바의 수도 아바나 바닷가에서 한 어민이 스티로폼을 타고 낚시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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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의 수도 아바나 바닷가에서 한 어민이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어민은 스티로폼을 타고 바다로 나왔습니다. 낚싯대도 없이 손으로 낚싯줄을 풀고 있습니다. 노 대신 오리발을 저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닙니다. 작은 파도에도 뒤집어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어민이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며 낚시하는 이유는 어선에 넣을 연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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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수도 아바나 바닷가에서 어민들이 낚시도구를 정리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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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지금까지 사회주의 국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후 엄청난 경제난에 휩싸이자 ‘카스트로만 즐거웠던 혁명’이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쿠바는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2019년 사유재산과 자유시장 권리가 제정되었습니다. 2021년에는 25년 넘게 사용해 온 ‘이중 화폐’를 폐지했지만, 현재 공식환율과 블루환율은(암환율) 무려 4배가 차이가 납니다. 정부 공식 환율은 25 쿠바페소에 1달러 정도지만 거래되는 환율은 100 쿠바페소에 1달러입니다. 국민 GDP는 9600달러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2500달러 수준입니다.

한때 쿠바의 농법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농법이라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농약과 비료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산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쿠바에서 대부분의 생필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필품과 전자기기 등의 수입 공산품들은 쿠바페소가 아닌 캐나다 달러나 유로 등으로만 거래가 되는 실정입니다. 현지 주민들은 쿠바 페소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빵 한두 개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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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휘발유 가격을 현재 1리터에 30 쿠바 페소(1페소=52원)에서 156 쿠바 페소로 올리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던 한 시민이 차를 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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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오래전부터 연료난에 시달려온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난 2월부터 휘발유 가격을 현재 1리터에 30 쿠바 페소(1페소=52원)에서 156 쿠바 페소로 약 5배 이상 올렸습니다. 연료 탱크 40L를 채우기 위해선 쿠바의 평균 월급 6천 페소를 전부 내야 합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 때문입니다. 쿠바는 2000년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들여왔는데, 미국의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가 석유 수출 벽에 부딪히면서 쿠바에 석유 공급을 제한한 것입니다.

쿠바 경제가 무너진 것은 전체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업이 무너진 탓입니다. 매년 400만 명 정도의 해외 관광객들이 수도 아바나를 찾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 50만~60만 명 정도가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쿠바정부는 올해 320만 명의 해외 방문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은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 내에 쿠바에 대한 거부감이 늘고 유럽 경제 사정도 녹록지 않아 여행객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쿠바는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을 모아 경제 회생의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난 국민들은 힘이 듭니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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