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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사설] 한국 민주주의 위협하는 거대 야당의 의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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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증거 없어도 반복하는 ‘묻지마 탄핵’





산업계 대혼란 야기할 노란봉투법 강행





삼권분립·공화정신 훼손은 역풍 맞을 것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위원장이 방통위를 이끌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위원장을 탄핵한 것은 비이성적 정치 공세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 임명됐다. 고작 취임 3일 차 밖에 안됐는데 도대체 무슨 불법을 저질렀단 말인가. 결국 ‘묻지마 탄핵’인 것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김태규 부위원장과 둘이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와 KBS 이사진을 선임한 게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법 13조는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방통위 ‘2인 체제’가 기형적이긴 해도 불법으로 볼 근거는 없다. 이미 법원도 ‘2인 체제’가 위법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이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4명으로 늘리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거꾸로 현행 ‘2인 체제’가 위법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탄핵 요건이 전혀 성립되지 않지만,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탄핵을 밀어붙인 건 윤석열 정부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겠다는 저급한 정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탄핵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22대 국회 출범 후 탄핵안 발의가 벌써 7번째고, 그중 방통위원장(직무대행 포함)에 대해서만 3번째다.

지난달 초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와 자당 의원들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안을 낸 것도 기가 막힌다. 민주당은 해당 검사들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켜 망신을 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조작과 협박으로 이재명 대표님과 가족, 그리고 동지들을 괴롭힌 무도한 정치 검사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범죄 피의자 측이 검사를 추궁하는 전대미문의 코미디가 곧 상연될 판이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도 선을 넘었다. 민주당은 어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은 전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것인데, 소요예산만 최소 13조원에 달한다. 이게 과연 자영업자·소상공인·서민 지원에 효율적 방식이냐를 두고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또 재정 악화를 가속하고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헌법상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는데 정부 동의도 받지 않고 야당 마음대로 나랏돈을 뿌리는 건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

민주당은 기업들이 펄쩍 뛰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도 밀어붙이려 한다. 여기엔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독소조항이 수두룩하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하청 기업의 쟁의 행위가 가능해져 수백 개의 협력업체를 둔 자동차·조선·건설업체 등은 1년 내내 파업에 시달릴 판이다. 불법쟁의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노조원 개인에게 연대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등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불법파업 조장법’이다. 노란봉투법이 그렇게 좋은 법이면 민주당은 왜 자신들이 여당이었던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은 늘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요즘 민주당의 행태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다수의 횡포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삼권분립과 공화(共和)의 정신을 훼손하면 결국 거대한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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