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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네타냐후에 “헛소리 말라” 극대노···‘하니야 암살’ 독자 행동에 또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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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났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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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 건을 두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하게 대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암살이 휴전 협상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며 “헛소리 좀 하지 말라”는 직설적 표현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독단적인 행보로 인해 미국이 또다시 실망한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 측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해 “네타냐후는 하니야 암살과 휴전 협상에 관한 접근을 둘러싸고 바이든과 맞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니야가 이란에서 살해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일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하며 “격한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니야 암살이 오히려 가자지구 휴전협상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 고위 관계자는 “네타냐후는 휴전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하니야 암살이 며칠간 협상 진전을 방해하리란 건 인정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마스에 더 큰 압력을 가해 협상 마무리를 앞당길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암살 시기가 좋지 않았다. 협상이 마지막 단계로 가려던 때에 일어났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 측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에서 암살을 수행하면 그간 피하려고 애써왔던 광범위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나한테 헛소리 좀 작작 하라”(stop bullshitting me)고 격한 표현을 했다고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채널12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 대통령을 쉽게 보지 말라”(Don’t take the president for granted)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하는 것이 아무 조건 없이 당연하게 주는 것이 아니라며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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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얼굴로 만든 탈을 쓰고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가자를 위한 행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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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민간인 보호 문제 등을 둘러싸고 지난 수개월 동안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그러다 하니야 암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충돌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미국은 국제사회 비난에도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속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세 차례나 반대했다. 한편으로는 휴전 협상과 인질 교환에 나서야 한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도덕성 평가는 안팎으로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지상전 강행, ‘두 국가 해법’ 거부, 정착촌 확장 등 독자적인 행보로 미국의 기대에 어긋났다. 이번 하니야 암살 작전도 미국과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살 며칠 전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났음에도 이때 계획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NYT는 “이스라엘로선 미리 알려서 괜히 타협할 여지를 두지 않으려 한 것”이라며 “암살 전까지 양측은 협상 내용을 다듬고 있었는데 하니야가 암살되며 미국으로선 당황스러웠고 네타냐후가 휴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미 악시오스도 “네타냐후는 워싱턴에선 미국의 휴전 협상을 향한 열정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줬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암살 계획을 전혀 알리지 않은 데 실망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하니야 암살 방식을 둘러싸고는 엇갈린 설명이 이어졌다. 3일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번 테러는 (하니야가 머문) 거처 외부에서 탄두 약 7㎏를 실은 단거리 발사체로 실행됐다”고 밝혔다. 폭발의 원인이 공습, 즉 하니야가 머물던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가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사전에 설치된 폭탄이 원격 조정으로 폭발됐으며, 이란혁명수비대 대원들이 폭탄 설치 과정에 포섭됐다는 서방 언론 보도와는 다르다. 이란이 요인 경호에 실패한 당혹감을 숨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장을 잃은 하마스는 후임 선출 논의를 시작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 4일 애도기간이 끝나면 지도부가 의견 수렴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론 최고 합의체인 슈라위원회에서 정치국장을 선출하지만, 전쟁 탓에 각 지역에 흩어진 지도부가 한데 모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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