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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한국 양궁, 5관왕 달성... 활·총·칼의 '금빛 향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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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최고 성적 예약
소수 정예로 꾸려 금메달 10개 수확
양궁 5개, 사격 3개, 펜싱 2개 따내
한국일보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김우진(왼쪽)과 이우석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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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5개 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며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이 양궁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한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당시 4종목)에 이어 2번째지만, 5개 종목 석권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우진(청주시청)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 결정전에서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과 슛오프 접전 끝에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 10번째 금메달이다. 준결승에서 김우진에 패한 이우석(코오롱)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소수 정예의 한국 선수단은 기대를 훨씬 웃도는 성적으로 2024 파리 올림픽 반환점을 돌았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최소 인원(144명)이 나간 만큼 현실적인 목표로 금메달 5개를 잡았지만, 원정 최고 성적을 거둔 2008 베이징 대회와 2012 런던 대회(이상 금메달 13개)에 버금가는 '금빛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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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에 등극한 임시현. 파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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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관왕 달성한 최고 효자 종목 '양궁'

파리 하늘에 애국가를 울린 건 활(양궁), 총(사격), 칼(펜싱)이다.

우선 한국의 최고 효자 종목인 양궁은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시작으로 남자 단체전 3연패, 혼성전 2연패 그리고 여자 개인전과 남자 개인전까지 쉬지 않고 금빛 활시위를 당기며 이번 대회 양궁 전 종목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3개를 초과 달성했다.

특히 김우진은 개인전에서 개인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더하며 동·하계 올림픽 통틀어 한국 선수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종전 최고 기록은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의 4개였다. 김우진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승부는 4.9㎜로 갈렸다. 세트스코어 5-5 상황에서 쏜 마지막 한 발씩이 모두 10점에 명중하면서 정중앙까지 거리가 더 가까운 김우진이 승기를 잡았다. 김우진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55.8㎜ 떨어진 곳에, 엘리슨의 화살은 60.7㎜ 떨어진 곳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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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권총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양지인이 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샤토루=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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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반전 종목 사격, 금메달 3개 명중

금메달 3개를 명중시킨 사격은 최고의 반전을 일으킨 종목이다.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목표 5개(양궁 3개·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배드민턴 여자 단식)를 설정할 때 사격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이상을 따낸다는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고,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찍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같은 성적을 냈다.

막내급 사수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오예진(IBK기업은행)이 공기권총 1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고, 최연소 국가대표인 고교생 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이 공기소총 10m에서 일을 냈다. 기세를 몰아 양지인(한국체대)도 권총 25m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다. 성적뿐만 아니라 인기도 다잡았다. 공기권총 10m 은메달리스트 김예지(임실군청)는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킬러' 같은 '아우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 '노골드'로 자존심을 구겼던 한국 사격은 장갑석 감독 지휘 아래 훈련 집중력을 높였다. 장 감독은 선수들에게 훈련 중 휴대전화, 커피, 담배를 금지시켰고 직접 모범을 보이기 위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자주 즐기던 술도 끊었다. 장 감독은 "필요할 때 선수단을 강하게 통제했다"면서도 "선수들 마음이 안 좋을 땐 아버지의 마음으로 다가갔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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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구본길(왼쪽부터), 박상원, 도경동, 오상욱이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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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레이스 기폭제, 펜싱

펜싱은 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레이스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남자 사브르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개회식 이튿날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단 1호 금메달을 따냈다. 펜싱에서 첫 금맥을 찌르자 사격에서 바로 금메달이 추가됐다. 또한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이 5개에서 정체됐을 때 6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무엇보다 도쿄 올림픽 때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 멤버 김정환, 김준호가 떠나고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의 합류로 이뤄진 '뉴 어펜져스'가 처음 출격한 무대에서 올림픽 사브르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4년 뒤 올림픽 때는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은퇴하고 없지만 에이스 오상욱이 건재하고 박상원, 도경동이 금메달 경험을 쌓아 4연패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선수단 내부에서 여자 에페 단체전보다 메달 가능성을 높게 봤던 여자 사브르도 제 몫을 다했다. 윤지수, 전하영(이상 서울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중구청)로 구성된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 4강에서 세계랭킹 1위 프랑스를 잡고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아쉽게 져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 올림픽 절반을 치른 4일 현재 한국은 총 24개(금 10·은7·동7)의 메달을 따내 도쿄 대회 전체 메달 수(금 6·은 4·동 10·총 20개)와 리우 대회 전체 메달 수(금9·은3·동9·총21개)를 이미 넘어섰다. 후반기에 배드민턴, 태권도, 근대5종 등에서 금메달이 추가된다면 런던 대회 금메달과 전체 메달 수(31개)에 버금가는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파리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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