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시위와 파업

삼성전자 노조 5일 업무 복귀... '게릴라 파업'으로 장기전 준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삼노, 파업 한 달 만에 업무 복귀 결정
노조원 경제적 피해 고려 '장기전' 전환
"게릴라 파업·사회적 연대로 투쟁 강화"
한국일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나섰던 삼성전자 노조가 5일 업무에 복귀한다. 지난달 8일 총파업 시작 후 약 한 달 만이다. 다만 노사 갈등 현안인 임금협상 타결이 불발된 상황에서, 노조가 업무 복귀 이후에도 추가 파업과 연대 투쟁을 예고해 불씨는 여전한 상태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업무 복귀 이후 집단행동 방식을 준법 투쟁과 게릴라 기습 파업으로 전환한다고 4일 밝혔다. 총파업 이후 사측과 여러 차례 협상을 하고도 성과물을 얻지 못하자 장기 투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전삼노 지도부는 1일 업무 복귀를 선언하면서 노조원들에게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도체부문(DS) 중심인 노조원들이 한 달 이상 파업에 참여하면서 피로와 경제적 손실이 쌓인 점을 감안하면서 게릴라 파업으로 협상 효과를 더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선 이번 파업에 참가한 삼성전자 노동자가 임금과 직급에 따라 최대 200만 원가량 임금 손해를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사측에 △기본 임금 인상률 3.5%를 포함한 평균 임금 인상률 5.6%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 개선 △노조 조합원 파업 참여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 인상률 5.1%를 고집했다. 그사이 노조가 파업 참여자에 대한 사측의 업무 배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노사 간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지난달 29~31일 성사된 교섭에서 양측은 노조활동시간 8시간 보장과 패밀리넷(삼성전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 포인트 지급에 공감대를 이루고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패밀리넷 포인트 액수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사측은 50만 원을 제시했지만 노조측은 20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덩치 키우고 시민사회와 연대

한국일보

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입금 협상 결렬과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피켓을 들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삼노는 파업 방식 전환과 동시에 노조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사내 노조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제1노조' 사무직노동조합과 통합한 것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1노조와 흡수통합을 통해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전삼노가 1노조가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은 3만6,300여 명으로 전체 삼성전자 직원 12만5,000명의 29% 수준이다.

국회, 법조계, 시민사회와의 연대도 확대한다. 8인치 반도체 라인 여성 노동자들이 작업 중 입은 손가락 장애 등 사례를 모아 집단 산업재해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사측의 파업 참가자 업무 배제와 차별대우 의혹을 제기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 직후 "회사에서 진상조사나 당사자 면담을 포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한편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의 총파업 대응 방식이 국내 기업들의 노조 대응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삼노 총파업 기간 내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했다.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과 기업 신뢰도 훼손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도, 파업으로 인한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달라'는 노조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재계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비타협 기조가 노조의 업무 복귀를 이끌어냈다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