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꺾은 뒤 포효하고 있다. 파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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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이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눈앞에 뒀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8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2-1(11-21 21-13 21-16)로 제압했다.

전날 8강전에서 전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잡아 최대 고비를 넘긴 안세영은 준결승 문턱도 넘어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선수가 올림픽 결승 무대로 향하는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이제 1승만 추가하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안세영은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5시 55분에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안세영의 천적 천위페이(중국)가 8강전에서 탈락한 만큼 금메달 전망은 밝다. 결승전 상대는 중국의 허빙자오다. 안세영은 허빙자오를 상대로 8승5패 우위를 보였다.

8강전과 4강전 모두 첫 세트를 내주고 힘겹게 역전승을 거둬서인지,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세영은 가장 먼저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너무 긴장을 많이 하니까 몸이 안 움직이더라. 긴장을 안 하는 게 쉽지 않다”며 “마음을 다잡고 한 2세트부터 긴장이 풀렸다”고 덧붙였다.

천하의 안세영도 1세트를 뺏기면 부담감을 느낀다. 그는 “1세트를 지고 시작하면 엄청 부담스럽다”면서도 “정신을 더 번쩍 들게 하니까 오히려 나를 더 몰아붙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는 분들도 그렇고 부모님도 긴장 많이 하실 것 같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내가 못하는데”라며 웃었다.

3세트 마지막에 매치 포인트까지 1점을 남겨둔 상태에서 상대의 거센 추격을 허용한 것에 대해선 “늘 있었던 일이라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며 “정말 많이 잡혀봤고 속상한 기억, 분노의 감정을 익혀놨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다시 느끼지 않게 하고 싶어서 이 악물고 했다”고 밝혔다.

안세영은 당초 결승 맞대결이 예상됐던 천위페이가 일찍 탈락하는 바람에 허빙자오와 금메달을 다투게 됐다. 천적을 피한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방심은 없다. 안세영은 “늘 말했듯, 모든 선수들이 라이벌”이라며 “천위페이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잘한다. 또 올림픽은 변수가 많다. 천위페이가 떨어졌다고 금메달을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내 것을 해나가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는 나에게 있어 뗄 수 없는 존재지만 어쩌겠나. 그림으로는 딱 멋있게 금메달을 딸 수 있어 붙어보고는 싶었다”며 “그래도 우승은 해야 한다. 굳이 (천위페이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안세영이 꺼낸 단어는 ‘낭만’이었다. 금메달로 ‘낭만 엔딩’을 꿈꾸는 안세영은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가 아쉬울 정도로 힘들지만 아직 결승전이 남아 있다”며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결승전만 생각해야 될 것 같다”고 다짐했다.

파리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