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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사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위해 무차별 통신 조회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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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목적으로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일반 시민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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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일반 시민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조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더욱이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수사 목적으로 일반 시민의 통신 자료까지 무더기로 조회하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검찰이 이래도 되는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 2일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사실 통지’라는 문자메시지를 통신 조회 대상자들에게 일제히 보냈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비리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과 통화한 언론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뿐 아니라, 해당 보도를 한 기자의 친인척과 학교 동문 등 보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시민들까지 통신 조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통신 조회 대상자가 무려 3천명에 이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상과 규모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분별한 통신 조회다.



통신 자료(통신이용자 정보)는 휴대전화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말한다.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활용된다. 통화 날짜와 시간 등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와는 다르다. 그러나 통신 자료를 대량으로 파악해 정리하면 기자의 주요 취재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취재 활동의 자유가 위협받는다. 정치인도 어떤 기자, 어느 언론사와 주로 접촉하는지 드러나기 때문에 ‘정치 사찰’ 논란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와 전혀 관련 없는 무고한 시민들은 검찰의 통신 조회 통보에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자신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의원 등 135건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자, “독재 시절에나 하던 짓” “정치 사찰” “국민에 대한 사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당시 공수처보다 훨씬 방대하고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수사에서 벌어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애초 검찰이 정당한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갖다붙여 수사한 게 문제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범위를 넘은 취재 자료까지 무더기로 압수하기도 했다. 어떡해서든지 기소를 하려고 온갖 무리한 수사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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