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이슈 국방과 무기

“이란 12~13일 보복 공격 가능성”... 美, 해·공군 중동 급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7월 30일 열린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이란 현지 시각으로 31일 오전 2시경 암살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머물렀던 곳으로 전해진 숙소. /구글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 심장부에서 벌어진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여파로 이란 정부가 강도 높은 ‘내부 협력자’ 색출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계속 고조되온 이스라엘·이란 갈등은 더욱 확대돼 중동이 일촉즉발의 확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31일 사망한 하니예가 이끌던 하마스는 이란이 지원하는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 중 하나다. 이란이 “피의 보복”을 천명하는 가운데 미국은 군함과 전투기를 급파하고 이스라엘은 새 방공망 훈련에 나서며 대비 태세 강화에 나섰다.

미국은 중동 지역 확전에 대비해 해군과 공군 전력을 추가 급파키로 결정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일 “미사일 방어가 가능한 해군 순양·구축함 여러 대, 전투 비행대대 한 개가 추가 파견되며 항공 전단 한 개가 계속 유지된다. 미사일 방어 전력을 추가 배치하기 위한 준비 태세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향한 대규모 보복 공격이 조만간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에 나선 것이다.

중동 지역의 자국민 철수를 권유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레바논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레바논 내 미국인에 “확보 가능한 모든 항공편을 이용해 즉시 레바논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같은 날 이란 전역에 여행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이란에 체류 중인 프랑스 국민은 신속히 이란을 떠나라”고 했다. 폴란드도 이스라엘·이란·레바논에 대한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미국 유나이티드·델타, 독일 루프트한자, 네덜란드 KLM 등 항공사는 이 3국 운항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은 이르면 수일 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NN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공격이 며칠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인 오는 12~13일경에 보복 공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티샤 베아브는 이스라엘 왕국의 예루살렘 성전(聖殿·솔로몬 성전)이 지금의 시리아·이라크·이란 지역을 지배하던 신(新)바빌로니아 제국에 기원전 6세기 파괴된 사건을 애도하는 기간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적인 ‘상처’를 건드려 심리적·상징적으로 더 큰 타격을 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만약 공격이 이뤄지면 지난 4월 13~14일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 이른바 ‘진실의 약속’ 작전보다 더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란은 당시 무인기(드론) 170여 기, 순항 미사일 30여 기, 탄도 미사일 120여 기로 이스라엘을 사상 처음으로 공습했다. 다만 발사체의 99%가 이스라엘과 동맹국의 방공망에 격추돼 타격은 거의 입히지 못했다. 이번엔 당시 공격과 달리 하마스 및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친이란 이슬람 세력을 동시다발적으로 참여시켜 단번에 더 많은 공격을 퍼붓는 방식으로 상황을 바꿔보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3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내) 더 넓고 깊은 목표물을 선택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며 공습 규모가 이전 차원을 뛰어넘을 것임을 시사했다. 헤즈볼라는 하니예 사망 수시간 전인 지난달 30일 저녁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최고 지휘관 중 한 명인 푸아드 슈크르를 잃었고, 이란과 공동 대응을 천명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이란과 그 협력 세력들은 더 큰 보복을 원하면서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어한다”며 공격 규모가 커지더라도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의 공격이 되리라고 예상했다.

이스라엘군도 대비 태세 강화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해상 초계함에서 바라크마겐(‘번개 방패’) 방공망을 이용해 바다 위로 날아오는 정밀 로켓을 장거리 요격용 미사일로 격추하는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바라크마겐은 이스라엘의 방공망 체계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정부가 (폭격으로 통신망이 파괴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료들에게 위성 전화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맞서 미국·영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는 3일 “하니예를 암살한 무기는 약 7㎏의 탄두를 실은 단거리 발사체(미사일)”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지휘를 받는 요원들이 약 2개월 전에 미리 설치해 놓은 AI(인공지능) 폭탄으로 하니예가 사망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악시오스 등 서방 매체들의 보도와 상반되는 발표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란 정권이 심각한 보안·경호 실패에 당혹감을 느낀 것 같다”며 이란이 비판을 피하려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혁명수비대 대(對)간첩 정보부대는 경호 실패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하니예가 암살된 테헤란 귀빈 숙소의 모든 직원은 격리되어 조사를 받는 중이다. NYT는 “수도 방어를 담당하는 고위 군 간부와 정보 당국자들에 대한 심문이 이뤄졌으며, 이들 가운데 20여 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파리=정철환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