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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XY염색체’ 복서에게 완패… 링 떠나지 못하고 손으로 ‘X’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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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가 린위팅에게 패배한 후 손으로 'X'를 그리고 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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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인 대만의 린위팅(28)이 동메달을 확보하자, 경기에서 패한 불가리아 선수가 두 손으로 ‘X’를 그리는 묵언의 항의 장면이 포착됐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57㎏급 8강전은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렸다. 린위팅과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24)가 격돌했고 린위팅의 5대 0 판정승으로 끝났다. 복싱은 동메달을 2개 주기 때문에 린위팅은 준결승에서 패하더라도 시상대 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스타네바는 린위팅의 메달 획득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패배 후 의미심장한 제스처를 선보였다. 링을 떠나지 않고 두 검지 손가락을 머리 위로 교차시켜 ‘X’를 그린 것이다. 스타네바는 이 행동에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가디언 등 외신은 “여성을 뜻하는 ‘XX 염색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후 스타네바를 지도하는 보리슬라프 게오르기에프 코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 린위팅의 출전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의료인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린위팅이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린위팅과 함께 성별 논란 중심에 선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는 같은 날 여자 복싱 66㎏급 8강에서 언너 루처 허모리(헝가리)를 5대 0 판정승으로 꺾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성별 논란을 겪고 있는 두 선수 모두 올림픽 동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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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위팅이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57㎏급 8강전에서 승리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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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체급의 정상급 복서로 활약 중인 린위팅과 칼리프는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도중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으며 성별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IBA 측은 ‘두 사람이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IBA는 심판 판정 비리, 재정난, 승부조작 등 여러 내부 부패 문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았고 올림픽 경기를 관장할 권리까지 뺏겼다. 이후 IOC 측은 “염색체만으로는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며 둘의 올림픽 출전을 허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IOC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 두 선수가 받는 학대 행위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고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 있다”며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명확하게 여자 선수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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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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