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공개한 초등학생 4학년생 아들의 저속노화 식단.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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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느리게 늙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노인의학 전문가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준 저속노화 식단을 공개했다가 때 아닌 아동학대 논란에 휩싸여 해명에 나섰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지난 3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초4 아들의 저녁밥이다. 아들용 저속노화밥, 코코넛 오일로 구운 광어”라며 식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콩과 잡곡이 섞인 밥과 생선 한조각, 어묵 한조각, 멸치볶음, 김 등의 반찬 모습이 담겼다. 정 교수는 “아들용 저속노화밥 구성은 콩과 잡곡 35%, 찹쌀 15%, 백미 50%”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2023년 12월 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진료실의 정희원 교수. 그는 "젊은이가 빠르게 늙는 것을 막고, 어르신이 느리게 늙도록 돕는 것"이 의사로서의 꿈이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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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평소 건강하게 오래 사는 생활습관으로 저속노화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6월 열린 학회에서 그는 “젊어서부터 저속 노화 역량을 키우면 나이 들어 질병이 생기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는 회복 탄력성이 좋아져서 말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막판에 돌봄에 의지하는 기간도 매우 짧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열린 한 강연에서는 “노화를 느리게 하는 식사란 결국 절식, 대사과잉 감소와 모두 연결돼 있다”며 “의학계는 40여 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편안하게 절식하면서도 항노화 유전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결론에 거의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코코넛오일로 생선 굽는 레시피 응용해보겠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어릴 때부터 좋은 식습관을 생활화할 수 있어서 참 좋겠다” “아이 때부터 저속노화 식단 챙겨줘야 하는지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성장기 아이가 먹기에 식단 구성과 양이 다소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저속노화의 목적이 ‘동안’에 있는 것 아니냐며 아이에게 저속노화를 강요하는 건 아동학대나 마찬가지라는 식의 비판도 나왔다.

정희원 교수가 공개한 간식상자. /X(옛 트위터)

이에 정 교수는 “먹던 중에 찍은 사진”이라며 “저녁 만큼은 건강하게 먹이려고 한다. 간식이나 밖에서 하는 군것질은 자유롭게 하도록 둔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과자와 초콜릿 등이 담긴 아들의 간식 상자를 공개한 데 이어 어릴 때 먹는 ‘가속노화 음식’이 나쁜 이유에 대한 글을 차례로 올리기도 했다.

정 교수는 관련 논문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이 글에서 “노화와 성장은 많은 경로를 공유한다. ‘가속노화 음식’으로 영양 왜곡이 생기면 가속성장이 아니라 성장 궤적이 왜곡된다”며 “소아 비만, 성조숙증 등 대사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 결과 타고난 키보다 작게 자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이어진다. 더 이른 시기에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을 가지게 될 수 있고, 생식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며 “평생 써야 하는 대사 소프트웨어를 어릴 때 잘못된 방향으로 쓰면 더 오래 나쁜 결과를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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