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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방글라 반정부 시위로 하루만에 90여명 사망…3주만에 300명 목숨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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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방글라데시에서 4일(이하 현지시간) 셰이크 하시나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며 9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에 지난달 시위가 시작된 이후 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방글라데시 매체 <데일리스타>, <다카트리뷴>, <AP> 통신 등을 종합하면 이날 방글라데시 전역 20곳이 넘는 지역에서 수만 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 여당 지지자, 경찰이 뒤섞인 폭력 사태가 발생해 적어도 93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을 포함해 100명 가까운 인명이 손실되며 지난달 시위가 시작된 이후 총 사망자 수가 300명에 달했다.

<데일리스타>는 4일 집회가 비교적 조용하게 시작됐지만 집권당 아와미 연맹 지지자들이 시위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수도 다카에서 오후 들어 수백 명의 여당 지지자들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거리로 나서 시위대를 위협했고 일부 지역은 경찰과 여당 지지자들이 대규모 군중에 무차별적으로 발포를 시작하며 "전장"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다카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다카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알, 고무탄, 최루탄을 발사하는 영상이 촬영됐고 목격자들이 조악한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으며 다카 우타라 지역에서만 20명 이상이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여당 사무실과 차량에 불을 지르는 장면도 촬영됐다.

부상자들이 실려 온 다카의 한 병원 의사는 이들이 총상을 입었다고 했지만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다카트리뷴>에 따르면 이날 다카에서 8명이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북서부 시라즈간지 지역에선 이날 경찰서 습격이 발생해 경찰 13명이 숨졌다. <다카트리뷴>에 따르면 습격자들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시위 관련해 이 지역에서 경찰 포함 18명이 사망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중순 독립유공자 가족들에 공직의 30%를 할당하는 정책에 반대하는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지난 6월 방글라데시 고등법원은 2018년 하시나 정부의 폐지 결정을 뒤집고 해당 할당제 부활을 결정했다.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과 독립 전쟁을 벌인 끝에 1971년 독립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방글라데시 청년 실업률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해 지난해 기준 15.7%에 달한다. <로이터>는 방글라데시의 민간 부문 일자리 성장이 침체돼 정기적 임금 인상을 제공하는 공공 부문 일자리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 진압으로 시위 시작 며칠 만에 100명 이상이 사망하자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크게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며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반영했다.

그러나 시위 과정에서 수백 명이 사망한 데 분노한 시위대는 하시나 총리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주 시위를 재개했다. 여당은 지지자들에 맞불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하며 폭력 사태를 키우고 있다.

하시나 총리는 시위대가 "테러리스트"라며 강경 진압을 지속할 것을 시사했다. <로이터>를 보면 하시나 총리는 군 및 경찰 수장들이 참석한 국가 안보 회의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이들은 학생이 아니라 이 나라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테러리스트"라며 "이 테러리스트들을 강하게 진압할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5~7일을 공휴일로 선포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제한됐고 널리 사용되는 페이스북과 왓츠앱 메신저 접속 불가 사례가 보도됐다. <AP>는 모하마드 알리 아라파트 방글라데시 정보·방송부 차관이 폭력 방지를 위해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의 강경 진압 방침에도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시위대는 시민들에게 세금 및 공공 요금 납부 거부, 출근 거부 등 '비협조' 운동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4일 폭력 사태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시위 주최 측은 전 국민이 다카로 향해 "도시를 포위"할 것을 촉구하는 '다카를 향한 행진'을 원래 예정됐던 6일에서 5일로 하루 앞당기기로 했다고 방송에 밝혔다.

혼란이 계속되며 쿠데타 전력이 있는 군의 개입 여부도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군이 일단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4일 일부 지역에선 군이 시위대를 단속한 반면 다른 지역에선 여당 지지자들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4일 이크발 카림 이얀 전 육군참모총장을 포함한 수십 명의 전직 장교들은 다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이 거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며 중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다카에 기반을 둔 정치 분석가 자헤드 우르 라흐만은 알자지라에 정권이 "유혈 사태 없이" 퇴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라흐만은 여당 활동가들이 집회에 난입하기 전 "이틀 동안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가 나라 전역에서 벌어졌다"고 지적하고 정권이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대중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총과 폭력을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프레시안

▲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가운데 신원 미상의 인물들이 의류 상점에 불을 질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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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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