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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통합학급 장애유아 30일 부당 분리... 교육당국, 학교 측에 "재발 방지하라" 권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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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유아 향해 부적절 발언 통합학급 교사엔
장애인식 개선 장학지도... 인식 개선 연수도
법령 위반은 인정 안돼 특수교육계 일각 반발
"의도적으로 법령 좁게 해석해 면죄부 준 셈"
한국일보

경기 용인시 소재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통합학급반 앞 복도.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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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가 병설유치원 통합학급(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수업하는 반)에 다니던 장애 원생들을 통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수학급으로 30일간 분리시킨 조치와 관련, 교육당국이 학교에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장애 아동을 두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통합학급 교사에게는 장학지도를 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이 해당 학교와 교사가 법령 위반에 이른 것은 아니라며 징계를 위한 감사는 하지 않기로 하면서, 특수교육계 일각에선 '봐주기식 결정'이라는 성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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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 용인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는 관내 K초등학교에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기관 권고할 예정이다. 본보 취재 결과, K초교는 올해 3월 병설유치원에 입학해 통합학급(원적학급)에서 석 달 넘게 지내던 특수교육대상 유아 4명을 6월 10일부터 7월 19일까지 30일간(수업일수 기준)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했다.

이는 통합학급 부장교사 A씨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 특수교사 B씨를 불편하게 여겨 학교에 분리 조치를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A씨는 장애 아동들에 대해 "(유치원에) 밀어넣고"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학교는 A씨 요구를 수용하면서 무고한 특수교육대상 유아들까지 비장애 친구들과 한 달간 떨어져 지내게 하는 차별적 조치를 했다.

분리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인정됐다. 장애 아동 교육과 관련된 사항은 교내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학교 측은 협의회에 필수 구성원 참여 없이 부모들만 불러 분리 조치 동의서를 받는 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교육지원청은 전체 구성원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방안을 찾아봤어야 한다는 취지로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학교에 권고하기로 했다.

교육지원청은 교사 A씨에 대해선 2학기 중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장학지도를 하기로 했다. A씨를 포함한 통합교육 담당 교원들을 대상으로 같은 취지의 연수도 추진하기로 했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서 장애 유형·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특수교육계에선 교육지원청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사 B씨가 K초교 관리자와 교사 A씨의 감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내자, 교육지원청이 B씨에게 보낸 민원 답변서에서 학교 측 잘못이 인정돼 재발 방지를 권고하겠다면서도 명백한 법령 저촉 사안이 아니라서 감사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의 운영 절차와 순서 등에 대해 관련 법령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측의 절차상 하자가 법령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한 건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특수교사노조 측은 "협의회 역할을 의도적으로 좁게 해석한 소극 행정으로 보인다"며 "장애 학생 교육에 관한 모든 사항은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로 결정해왔고 이는 특수교육 현장의 상식"이라고 밝혔다. 특수교육법 시행규칙에 '개별화교육지원팀 교육계획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내용, 교육방법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당국이 법령을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2008년 발간된 교육과학기술부의 특수교육법령 해설자료에도 '학교장은 특수교육대상자 교육 내용을 변경하고자 하면 개별화교육지원팀 검토를 거쳐'라고 돼 있다.

교사 A씨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진정이 제기됐는데도, 교육지원청이 장애인차별금지법 판례가 아닌 형법상 모욕죄 판례를 들어 장애인 차별 발언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황태륜 법무법인 화담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 행위와 모욕죄는 (범죄) 구성요건이 다르다"며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으니까 장애인 비하도 아니라는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 측은 "법률 자문을 거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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