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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사설] 정보는 유출, 사령관·여단장은 고소전, 여기도 ‘군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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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군정보사령부 부대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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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보 최전선에 있는 국군정보사령부에서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정보사 군무원이 해외 비밀 요원들 신상을 유출했다. 세계 정보기관이 혀를 찰 일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보사령관(소장)과 ‘인적 정보 부대’ 여단장(준장)이 다른 일로 충돌해 서로 고소를 했다. 창군 이래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사령관과 여단장은 예비역 민간단체가 정보사 영외 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했다고 한다. 사령관은 ‘하극상’이라고 하고, 여단장은 폭행·직권남용을 당했다고 한다. 둘 사이의 근본 문제는 육사 후배인 사령관이 선배인 여단장을 제치고 먼저 진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요 군부대의 지휘관들이 부대 임무는 엉망인데 낡은 기수 문제로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다.

정보사는 군무원이 비밀 요원의 목숨을 위협하는 정보까지 빼내 유출했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6월 유관 정보기관의 통보를 받고서야 요원들을 급히 귀국시켰다. 이 사건이 외부에 노출된 시기와 사령관과 여단장의 충돌 시기가 겹친다. 이 때문에 누군가 고의로 노출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정보사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핵 미사일을 앞세워 4대 세습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정보사의 강점인 ‘인적 정보’는 결정적 순간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2006년 1차 북 핵실험 당시 핵 실험장 인근 흙을 직접 가져온 것도 정보사였다. 정보사는 군사 분쟁 지역 정보도 수집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운, 대만해협 위기 정보 등은 대한민국 안보와 직결된다. 대북·군사 첩보에선 국정원 이상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 정보 부대의 요원 명단이 유출되고 사령관과 ‘인적 정보’ 담당 여단장은 감정싸움을 하다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니 이것을 군대라고 할 수 있나.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이 부대뿐인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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