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 그의 취임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에게 진 뒤 이듬해 1월 열린 바이든 취임식에 불참한 바 있다.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로 이동하기 위해 전용 헬기에 탑승하기 직전 취재진과 짧은 일문일답을 나눴다. 한 기자가 “만약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긴다면 대통령님께선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위해 그의 취임식에 참석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가정한 질문인 만큼 바이든 입장에선 다소 불쾌했을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출발해 루이지애나주로 이동하기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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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든은 주저하지 않고 “그(트럼프)와 달리 나는 매너가 좋은 사람(I have good manners)”이라고 답했다. 누가 당선되든 2025년 1월 새 대통령의 취임식장에 전임 대통령으로서 함께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맞붙은 2020년 11월 미 대선은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 사기”,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 등 표현을 써가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급기야 이듬해인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무효”를 외치며 의회 의사당을 점거하는 1·6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트럼프의 대선 불복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의사당 난입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그리고 바이든의 대선 당선이 미 의회에 의해 최종 확정됐다.

2021년 1월6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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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태 이틀 후인 2021년 1월8일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짤막한 글을 하나 올렸다. “내게 궁금해서 묻는 모든 이들한테 답하건대, 나는 1월20일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그는 자신만의 이임 절차를 마치고 바이든의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 백악관을 비운 다음 취임식장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 역사상 새 대통령의 취임식을 전임 대통령이 보이콧한 사례는 1869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1869∼1877년 재임)의 취임식 참석을 거부한 앤드류 존슨 대통령(1865∼1869년 재임) 이후 152년 만에 트럼프가 처음이었다. 존슨은 그를 겨냥한 의회의 탄핵소추 시도에 그랜트가 가담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바이든은 “(트럼프의 불참은) 잘된 일”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트럼프를 겨냥해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미 대선은 트럼프와 민주당 새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백중지세의 경합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 가운데 승자가 오는 2025년 1월20일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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