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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작업량 증가 고려 안한 한전의 중대재해법 대응, 산재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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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활선공 사망’ 업무상 재해로 인정

경향신문

활선공이 작업하는 모습. 건설노조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작업 방식이 바뀌면서 높아진 노동강도 때문에 사망한 한국전력 하청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8부(재판장 이정희)는 지난달 23일 한국전력 하청 노동자 강모씨(사망 당시 52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전력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사업장에서 활선공(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전기공)으로 일하던 강씨는 대전 서구 일대의 배전설비 보수작업을 해왔다. 배전공사는 정전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정전 작업으로 진행된다.

강씨는 2022년 3월19일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이후 강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강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강씨 노동시간이 과로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활선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은 특고압의 전류를 취급함에 따라 자칫하면 감전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업무 중 정신적 긴장도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이 강씨 사망 두 달 전인 2022년 1월10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직접활선공법,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작업을 하는 승주작업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린 것도 업무상 재해 인정 근거가 됐다. 한국전력 지침은 활선공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업무부담은 되레 늘렸기 때문이다. 직접활선공법은 보호구를 착용하고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손으로 만지는 것이고, 간접활선공법은 절연공구를 이용해 전선으로부터 안전거리(90㎝) 이상 떨어져 작업을 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씨를 비롯한 활선공들은 오랜 기간 해온 직접활선공법 대신 간접활선공법에 적응해야 했고, 작업 시 활선공들을 도와주던 승주작업이 금지돼 작업량이 상당히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간접활선공법은 길이 약 1.5m, 무게 약 2.2~6.5㎏ 정도의 스마트스틱을 머리 위로 들어서 테이핑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작업이 간접활선공법으로 바뀌면서 활선공들의 신체적 부담이 예전보다 가중되고, 작업시간도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조의 직장대표였던 강씨가 작업 방식 변경 과정에서 한국전력과 소통 업무를 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점도 업무상 재해 인정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강씨가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하면서 추위·더위·비 등에 그대로 노출됐던 점, 사망 무렵 평소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 긴급출동 지시 등으로 근무일정 예측도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강씨 노동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상 과로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부담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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