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2 (목)

상반기 자산운용사 짭짤했지만… ETF는 출혈경쟁 탓에 큰 도움 안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6곳의 당기순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늘어났다. 상반기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국내 펀드시장 순자산총액(AUM)이 1000조원을 돌파한 덕이다. 운용·성과 보수 수익과 함께 운용사들의 자기자본 투자 수익도 늘었다.

운용사 핵심 사업 분야로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AUM도 급격히 불어났다. 그러나 ETF는 운용사 간 마케팅 경쟁 과열로 광고선전비 지출이 심한 영역이다. 시장 자체는 커졌지만 상반기 운용사 수익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6개 운용사 상반기 순이익 전년보다 66.2% 증가

2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KB·신한·한화·한국투자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6곳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 총액은 506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상반기 순이익 총액인 3047억원과 비교해 66.2% 증가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자산운용 당기순이익이 작년 상반기 366억원에서 올해 422억원으로 15.3% 늘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871억원에서 2472억원으로 32.2% 증가했다. 이밖에 KB자산운용은 299억원에서 324억원(8.4% 증가), 신한자산운용은 121억원에서 804억원(564.5% 증가), 한화자산운용은 232억원에서 342억원(47.4% 증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58억원에서 700억원(343.0% 증가)으로 각각 늘었다.

운용사 수익은 주로 운용 보수와 성과 보수, 자기자본 투자 성과 등의 영향을 받는다. 6개 운용사는 상반기 투자 심리 개선에 따른 운용자산 증가가 보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 쪽에서 출자자(LP)로 참여해 얻은 이익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2023년을 2655.28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올해 6월 말 2797.82로 올랐다. 당시 국내 증시는 미국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열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듯한 분위기였다. 자연스레 펀드시장으로 자금 유입도 원활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펀드 전체(공모+사모) AUM은 1069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971조4000억원)보다 10.1%(98조1000억원) 증가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ETF 시장 150조원 돌파했지만… “아직 돈은 안 됩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ETF다. 펀드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 대부분이 ETF를 향하고 있어서다.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ETF AUM은 지난달 15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 자본시장에 ETF가 처음 출시된 2002년 3440억원에 불과했던 ETF 순자산은 매년 30%씩 증가하며 고속 성장을 이뤘다.

문제는 운용사 간 경쟁 과열로 운용보수 인하와 같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30여개에 달하는 국내 운용사 ETF 사업부 중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회사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호실적 배경과 관련해서도 “ETF 사업 덕분”이라고 말한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 한 곳에 불과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회사 실적도 ETF보다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지분 100%를 한국금융지주에 매각한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을 것으로 본다.

자산운용사들은 “ETF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진 덕에 전보다 수익이 늘어난 건 맞지만, 마케팅 지출도 그만큼 많아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말한다.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업권(471개사)의 올해 상반기 개별 기준 광고선전비 규모(누적)는 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3% 늘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54.5%), KB자산운용(92.7%), 한화자산운용(64.6%) 등의 마케팅 지출이 급증했다. ETF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은 40% 아래로 내려간 시장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고자 광고비 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ETF 브랜드 이름을 바꾸면서 마케팅 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몰리고 있지만, (운용사로선) 아직 ETF로 돈을 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마케팅 경쟁 과열에 따른 ‘풍요 속 빈곤’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