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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74조원 시장 원천기술 확보… 5년후 첫 ‘블록버스터 신약’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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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세포 치료 연구단’ 르포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원 연구동의 세포 배양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세포의 배지(세포 배양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액체나 고체)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연구실에서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연구·개발한다.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는 AAV에 치료제를 넣은 뒤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목표 부위에 DNA, RNA 등 유전물질을 전달한다. AAV는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면역 반응 문제가 적고, 중추신경계와 근육, 안구 등에도 유전물질 전달이 가능하다.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는 연 매출이 1조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약물’이 최근 잇따라 나오는 분야로 꼽힌다. 올해 처음 출범한 ‘글로벌 TOP(톱) 전략연구단’으로 선정된 유전자·세포 치료 전문연구단이 유전자·세포 치료 분야 원천 기술 확보에 나선 배경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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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첫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 목표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들 칸막이를 허무는 융합 연구로 국가적 임무 중심의 거대 성과를 낸다는 목표로 유전자·세포치료 전문연구단을 포함해 4개 연구단이 선정됐다. 유전자·세포 치료 전문연구단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총괄 기관)·한국화학연구원·안전성평가연구소·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6개 출연연이 참여한다.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기존의 합성의약품과 달리 환자의 유전자 또는 세포를 수정하거나 변형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 주목받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 유전자·세포 치료제의 한 종류다. 세계적으로 mRNA 기반 치료제뿐 아니라 바이러스 기반 치료제, 세포 기반 치료제 등 여러 종류의 유전자·세포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병의 원인이 되는 세포를 직접 겨냥해 치료 효과가 높고, 기존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희소·난치병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희소·난치병 유전자·세포 치료제 상당수는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급증해 단기간에 블록버스터(연 매출이 1조원 이상 약품)가 됐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유전자·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3억3000만 달러(약 22조원)에서 2026년 555억9000만달러(약 74조원)로 3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산화에 성공한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없다. 정경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세포 치료 전문연구단장은 “유전자·세포 치료 전문연구단이 현재 망막층간분리증을 목표로 하는 AAV 기반 치료제와 난치성 암을 타깃으로 한 CAR-NK 세포 치료제 등의 선도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며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전략연구단 사업이 마무리되는 5년 후에는 첫 국산 유전자 치료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융합연구 시너지 기대

지난 12일 생명공학연구원 본원에는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에 참여하는 6개 출연연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다. 이 기관들은 이번 유전자‧세포 치료 전문연구단 출범 이전에도 교류와 협력을 이어왔다. 생명공학연구원과 화학연구원이 신약 물질을 직접적으로 개발하고, 다른 기관들은 이를 위한 연구 장비와 분석·평가 기술을 개발하는 식이었다. 생명공학연구원 김태돈 박사는 “글로벌 톱 전략 연구단 사업 때문에 갑자기 모인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연구진으로 꾸려진 전문연구단이므로 융합 연구의 효과가 확실할 것”이라며 “유전자‧세포 치료제에 관한 거대 성과를 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신약 물질 임상과 생산은 출연연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연구단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인 메디치바이오, 티에스바이오, 삼일제약과 협력 중이다. 또 서울대병원, 순천향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구로병원 등과도 공동 연구를 한다. AI(인공지능) 기반 치료 소재 플랫폼 개발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가 국제공동연구로 참여하고 있다.

유전자‧세포 치료제가 상용화 단계로 가기 위한 최대 관문은 임상 시험이다. 이태걸 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참여 연구자들은 모두 유전자·세포 치료 전문연구단 임무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임상 시험 허가 권한이 있는 식약처가 전향적으로 나서준다면 연구단의 성과도 더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 기관(출연연) 간 융합 연구체다. 출연연의 역량을 집중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성과를 낸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유전자·세포 치료 전문연구단을 포함해 4개 연구단이 선정됐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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