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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광복회에 "한·일 강제병합은 무효"…공식 입장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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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외교부가 '일제의 국권 침탈이 불법·무효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광복회의 요청에 대해 "한·일 강제병합 조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이런 일관된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 식민지배는 "무효"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최근 건국절 등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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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48년 건국절 논란의 부당성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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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23일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한·일 기본조약) 제2조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은 1965년 7월 5일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조약 및 협정 해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한·일 강제병합조약이 우리 국민 의사에 반해 강압적으로 체결됐으며 따라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은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요지의 서한을 오늘 광복회에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광복회는 전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국권 침탈이 불법·무효라는 입장을 정부가 바꾼 적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바꿀 의사를 갖고 있는지 답변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민국의 국가 지위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혼란을 해소하고 국론통합을 기하기 위해 정부의 공식 입장이 필요하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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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 임시회 제1차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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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언급한 한·일 기본조약 2조에는 "1910년 8월 22일(한·일 합병조약 체결)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당시 해설 자료에는 "소위 한·일 합병조약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협정, 의정서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국가 간의 합의 문서는 모두 무효"라는 설명이 담겼다.

또 무효가 되는 시기에 대해서도 "무효(Null and Void)’라는 용어 자체가 국제법상의 관용구로서는 '무효'를 가장 강하게 표시하는 문구"라며 "'당초부터' 효력이 발생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미'라고 강조되어 있는 이상 소급하여 무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돼 있다.

앞서 한·일 기본조약 2조의 '이미 무효'라는 문구의 해석을 두고 양국은 평행선을 달렸다. 해당 문구 자체가 협상 타결을 위해 서로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긴 '회색 지대' 문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해당 조항에 따라 1910년 한·일 합병조약이 체결 당시부터 불법이고 무효였다고 보고 이에 따른 일본의 식민 지배 또한 불법이라고 본다. 반면 일본은 합병조약이 체결 당시에는 합법이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광복회가 최근 일제 국권침탈과 관련해 정부의 기존 입장에 대한 재확인을 요구한 건 최근 빚어진 건국절을 비롯한 역사관 논란과 무관치 않다. 지난 6일 광복회가 '뉴라이트'라고 지목했던 대한민국역사와미래 김형석 이사장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되자 광복회와 야권은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건국절을 제정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또 김 관장은 과거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이 또한 일제 국권침탈이 합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같은 논란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답신에 광복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환영한다"며 "그동안 정부는 건국절 논란에 대해 소극적이고 모호한 대응으로 일관했으나 이번에 외교부가 일제 지배 원천무효를 국민 앞에 공식 확인함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제 시기 우리 국적은 일본이라고 외교부 입장과 배치된 주장을 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은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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