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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생 마감할 사람 구합니다”…英서 극단 선택 모집에 수백명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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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접근해 극단 선택 종용

英, 지난해 규제 법안 발…내년 시행 예정

BBC “英정부 규제 법안에도 한계”

헤럴드경제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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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영국에서 극단 선택을 함께 할 상대를 찾는 홈페이지에 무려 700여명의 이용자들이 모였다고 BBC 방송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에는 이용자가 극단 선택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회원 전용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특히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범죄가 행해지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앤젤라 스티븐스의 아들 브렛은 지난 2019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촉한 여성을 만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뒤,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린 숙소에서 함께 극단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아들이 SNS에서 만난 여성과 생을 마감한 뒤로 앤젤라는 극단 선택을 종용하는 홈페이지를 막는 데 힘을 써 오고 있다. 그는 “아들의 미소와 웃음 등 모든 것이 그립다”고 말했다.

안젤라는 “극단 선택을 종용하는 홈페이지는 매우 위험한 곳이며 불쾌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해당 홈페이지가 극단 선택을 하는 여러 세부적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무려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을 있었다”며 “회원들은 자신과 함께 죽을 사람을 찾기 위해 나이, 성별, 위치, 선호하는 극단 선택 방식 등을 게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BBC는 130여명의 영국인들이 이 사이트가 홍보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헬렌 카이트의 여동생 린다 역시 이 극단 선택을 종용하는 사이트로 세상을 떠났다. 그에 따르면 린다는 지난해 해당 사이트를 통해 극단 선택을 할 상대를 찾던 중 한 남성과 연락이 닿아 런던 롬포드의 한 호텔에서 함께 극단 선택을 했다.

같은 해 헬렌의 또 다른 여동생인 사라 역시 린다가 사망했다는 충격에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찾아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헬렌은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불행과 고통만 남는다”고 슬퍼했다.

BBC는 해당 사이트의 주요 대상이 여성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31세의 남성 크레이그 맥키널리는 극단 선택 웹사이트에서 여러 여성들을 만나 이들의 극단 선택을 다양한 방법으로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맥키널리는 지난 2022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법원에서 2년 3개월의 징역형과 평생제한형(OLR)을 선고받았다. OLR은 스코틀랜드 고등법원에서 심각한 해악의 위험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평생 동안 위험 관리의 대상이 된다.

영국 정부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처럼 극단 선택의 창구가 되는 웹사이트를 규제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BBC는 지적했다.

영국 보수당은 지난해 자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을 통해 극단 선택을 모집하고 종용하는 웹사이트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온라인 안전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께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선 노동당 정부는 이 법 외에도 새로운 법안을 구상하는 중이다.

노동당 대변인은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극단 선택을 막을 새로운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단 선택 웹사이트의 관리자는 BBC에 “웹사이트 규모가 작고 웹사이트 주소가 미국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영국 당국의 규제를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에서 자살 고위험군 위기에 빠진 이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사마리아인(Samaritans)’ 최고경영자(CEO) 줄리 벤틀리는 “정부와 오프콤은 위험을 줄 수 있는 소규모의 플랫폼들에도 법안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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