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4 (토)

“교가에 ‘동해’? 한국 대회에 나가라”…교토국제고 향한 혐한 여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재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승리한 직후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가운데, 일본 일각에서 이 학교의 ‘한국어 교가’를 꼬투리 잡는 혐한 여론이 확산하자 교토부 지사가 자제를 촉구했다.



25일 하마다 사토시 일본 참의원 의원이 우승 당일인 23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하마다 의원은 ‘교토국제고 교가에 일본해의 한국어 명칭인 동해가 들어간 것에 문제가 있다’며 학교 인가를 취소하거나 교가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서 우승한 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가 포함된 한국어 교가를 불렀고, 이 장면이 엔에이치케이(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고시엔 우승팀은 경기가 끝난 뒤 홈플레이트 앞에 모여 교가를 부르는 것이 전통이다. 하마다 의원은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에도 “이 학교의 인가를 계속해야 하느냐”며 의견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한겨레

하마다 사토시 참의원 의원. 유튜브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보수 성향 누리꾼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어 교가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경기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는 “100년 역사의 고시엔에 한국어 교가가 나오는 것이 정말 싫다. 일본 문화에 대한 모욕이다”와 같은 적대적 반응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일본 누리꾼은 “반일 프로파간다를 교가에 실으니 물의를 빚는 것은 당연하다”며 항의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마다 의원의 유튜브 영상에도 “한국이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학교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 “일본 대회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해야 하고 그게 싫으면 한국 대회에 나가라” 등 하마다 의원에 동조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한겨레

23일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가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혐오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엑스에 “교토국제고에 미안하다. 일본은 규범을 상실했다”고 적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 가족 모두 교토국제고를 응원하고 있다. 이런 망신스러운 게시물은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토국제고를 향한 혐한 여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사상 처음으로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올랐을 때도 협박 댓글과 전화가 이어지면서 경찰이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일도 있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23일 경기에 앞서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혐한 분위기가) 없지 않다”며 ”약 5건 정도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전화가 왔다”고 했다.



혐한 여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니시와키 다카토시 교토부 지사는 23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을 삼가달라”며 혐오 댓글 자제를 촉구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교토부는 8강전이 있었던 지난 19일부터 모니터링을 벌여 22일까지 4건의 혐오 게시물 삭제를 엑스 등의 사업자에게 요청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개교한 뒤 1961년 한국 정부 인가, 2004년 일본 정부 인가를 받았다. 교토국제고 학생 수는 2024학년도 기준 137명이며 재학생 국적(중학교 과정 22명 포함)은 일본 학생이 127명, 30명 정도가 한국계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세요 [한겨레 후원]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